추경·반도체법·연금개혁…합의한 듯 합의 못한 여야 2월 국회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월 임시국회(10일)를 앞두고 여야가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과 반도체 특별법안, 연금 개혁안 등을 두고 기싸움에 들어갔다.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에게 누가 다음 정권을 잡아야 그나마 희망이 있을지 보여주는 장이 될 것”(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당은 ‘선(先) 반도체-연금 처리, 후(後) 추경 협상’을, 야당은 ‘분리 전략’으로 상대방을 압박하고 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급한 추경 편성과 민생 입법 처리를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여당과 정부, 국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0~11일로 예정됐다가 국민의힘이 “반도체 특별법 등 핵심 법안 이견부터 조정하자”며 연기를 요청한 4인(최상목·우원식·권영세·이재명) 국정협의회 일정부터 “저희는 이미 준비가 됐지만 국민의힘이 여러 가지 조건을 붙여서 응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에 진척이 없음을 인정했다.

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당이 반대하는 민생지원금을 제외한 추경 논의에도 응할 수 있다”고 밝힌 뒤부터 2월 국회의 1순위 과제로 추경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추경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반도체 특별법-연금개혁안을 합의 처리한 뒤에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지렛대 전략’을 고수하며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추경 규모도 부딪힌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1.8%)와 잠재성장률(2.0%)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필요한 추경 규모가 15조~20조원 수준”(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16일)이라고 추산하는 반면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30조원까지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개혁과 반도체 특별법 협상 상황도 녹록지 않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6일 “모수 개혁이 좀 더 손쉽다면 그것부터 먼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서며 여야 연금 개혁 합의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연금의 노후 소득대체율 등 모수 개혁을 먼저 하고, 이후에 기초 연금과의 연계 등 구조 개혁을 논하자는 야당 안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논의 주체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모수 개혁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우선 논의하고, 이후 구조 개혁 논의 때 연금 특위를 구성하면 된다는 ‘분리 전략’을 주장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모수 개혁부터 연금 특위에서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6일 통화에서 “우리가 21대 국회에서 소득 대체율 45% 주장하다가 이재명 대표가 44%까지 양보했다. 그게 우리 마지노선인데 국민의힘은 더 낮추자고 한다”며 “연금 특위로 가면 여야 동수로 구성되니까 끝내 숫자가 합의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동수인 특위가 아니라 야당 다수인 복지위에서 모수 개혁안부터 처리하고 보자는 취지다.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여당과 우선 제외하고 논의하자는 야당 입장차도 첨예하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특례조항이 포함된 반도체 특별법의 2월 국회 내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국가의 재정 지원만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별도 입법하고, 노동계 반발이 큰 '주 52시간 예외 적용'은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가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본인이 동의한 고액 노동자’ 등의 조건을 달아 “한시적으로 주 52시간에 예외를 만들어보는 것을 논의해보자”고 전향적으로 나서는 듯했지만 “기업이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노동시킬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하는 얘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진성준 정책위의장, 지난 6일)는 등 당내 반발이 거세 사실상 여야 협상 길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