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느는데 이익 급감, 퀄컴은 역대급 실적…삼성의 고민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연합뉴스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연합뉴스

“삼성 갤럭시 S25에 독점 공급하고, 중국 제조사도 우리 칩을 쓴다.”
 
스마트폰 칩셋 1위 공급사인 미국 퀄컴이 지난해 10~12월 역대 최대 반도체 실적을 올렸다. 인공지능(AI) 폰 시대에 부품 값은 오르고 퀄컴 독주가 지속되면서, 제품 차별화와 수익성 면에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저성장에, 퀄컴은 역대급 실적 

지난 5일(현지시간) 퀄컴은 회계연도 2025년 1분기(2024년 10~12월)에 매출과 순익이 각각 1년 전보다 17%, 15% 늘어나 116억 6900만 달러(약 16조 8800억원)와 31억 8000만 달러(약 4조 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스마트폰·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덕이 컸다. 음성·통신·프로세서 등이 포함된 CDMA기술(QCT) 부문 매출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세전 영업이익률은 32%에 달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5%에 그쳤는데(카운터포인트), AP를 공급하는 퀄컴만 잔칫날인 셈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첫머리에 “삼성 갤럭시 S25 시리즈에 전 세계적으로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탑재돼 기쁘다”라며 “삼성 외에 최근 중국 주력 스마트폰의 강력한 수요에도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는 퀄컴이 Arm 설계 대신 자체 코어를 적용한 스마트폰용 AP다. 중국 아너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됐고, 샤오미가 곧 출시할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이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퀄컴이 개발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포 갤럭시’를 탑재했다. S24 일부 모델엔 삼성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썼지만, S25는 퀄컴 독점이다.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중 고급 폰에 퀄컴 아닌 자체 개발한 AP를 적용하는 회사는 애플과 화웨이 정도다.

삼성 ‘차별화, 이윤’ 깊어지는 고민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1위를 지켰지만, 매출 증가는 2%에 그쳤다(카운터포인트 리서치). 갤럭시 S25는 전작 S24와 판매 가격을 완전 동결했고, 한국에서는 1년 사용 후 중고 판매가 50%를 보장하는 ‘갤럭시 AI 구독 클럽’도 만들었다. AI 폰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만큼, 빠른 확산으로 AI 폰 대표 주자로 굳히기를 하겠다는 거다. 고객 반응도 좋다. 삼성에 따르면, S25 시리즈 자급제 사전 예약 구매자 5명 중 1명은 구독 클럽에 가입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그러나 이익률이 고민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모바일(MX)·네트워크(NW) 사업 매출은 1년 전보다 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8.5% 줄었다. AI 기능이 강화될수록 이를 구동하기 위한 AP 등 주요 부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퀄컴 AP 의존도까지 높아진 탓이다. 

차별화도 고민이다. 샤오미와 아너 등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적용하는 중국 제조사들이 한둘씩 고급화 전략을 펴면서 퀄컴의 동급 AP를 사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맏형 삼성전자는 제미나이 등 안드로이드 AI의 최신 업데이트를 가장 먼저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폰은 물론 샤오미 등에도 안드로이드 AI가 적용되는 만큼, 자체 온디바이스 AI 등 차별화가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중국 딥시크 충격 이후 ‘AI 최적화’가 기술 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삼성도 자립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딥시크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하락했지만 애플 주가는 도리어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그레고리 앨런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 와드와니 AI 센터장은 최근 리포트에서 “애플이 자체 설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휴대폰에 사용하는 등 AI 효율성 향상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이 지점에서 향후 기술 기업들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