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저지하고 '역사' 썼다...필라델피아, 수퍼보울 우승 이변

트로피를 들고 감격한 필라델피아 쿼터백 허츠. 로이터=연합뉴스

트로피를 들고 감격한 필라델피아 쿼터백 허츠. 로이터=연합뉴스

 "'역사'를 저지하고 '역사'를 썼다." 

미국 USA투데이는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미국프로풋볼(NFL) 수퍼보울(챔피언전) 우승에 오르는 과정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필라델피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저스수퍼돔에서 열린 제59회 수퍼보울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에 40-22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필라델피아는 2018년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수퍼보울 우승컵)를 들어 올렸다.  

미국 국가 때 경례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가 때 경례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캔자스시티는 최근 6년간 다섯 차례나 수퍼보울에 진출하며 왕조를 세웠고, 이번 수퍼보울에서 역대 최초의 '스리핏'(three peat·프로스포츠에서 3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한 NFL 역대 최강팀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언더독'(이길 가능성이 작은 약자) 필라델피아가 캔자스시티를 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수퍼스타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30)가 이끄는 캔자스시티의 가공할 공격력을 막아낼 팀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라델피아는 머홈스의 손발을 완전히 묶은 '질식 수비'에 쿼터백 제일런 허츠(27)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일찌감치 전반 24-0으로 앞선 뒤, 18점 차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썼다. USA투데이는 '캔자스시티 왕조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인가'라며 우승 후보의 충격적인 패배를 집중 조명했다. 머홈스는 상대의 압박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며 레전드 반열에 오를 기회를 놓쳤다.  

수퍼보울을 관전하는 스위프트(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수퍼보울을 관전하는 스위프트(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서 21개의 패스 가운데 17개를 성공하고, 221패싱야드와 역대 수퍼보울 최장인 72러싱야드를 기록한 필라델피아 쿼터백 허츠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필라델피아는 또 이날 승리로 2년 전 수퍼보울에서 35-38 패배도 설욕했다. 당시 캔자스시티에 3쿼터까지 27-21로 앞서가다가 35-38로 역전패해 눈물을 삼켰던 필라델피아는 완벽하게 설욕에 성공했다.  


반면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미국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5)와 캔자스시티 타이트 엔드(공격수) 트래비스 켈시(36)의 '수퍼보울 러브스토리 시즌 2'는 이뤄지지 않았다. 2023년부터 공개 연애 중인 스위프트와 켈시는 지난해 캔자스시티가 수퍼보울 우승을 한 뒤 경기장에서 뜨거운 키스로 우승을 자축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경기 내내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던 스위프트는 캔자스시티의 패배가 확정되자, 고개를 떨구며 아쉬워했다. 팬들 사이에선 켈시가 이번에 우승했다면, 우승 반지가 스위프트에게 주는 약혼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미국 ESPN은 "스위프트의 존재도 캔자스시티의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악수를 나누는 허츠(왼쪽)와 머홈스.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후 악수를 나누는 허츠(왼쪽)와 머홈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수퍼보울을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남 에릭 트럼프와 며느리 라라, 장녀 이방카와 경기장을 찾았다. 미국 국가 연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어서서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이 전광판 화면에 잡히자, 장내에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기에 앞서 폭스뉴스가 방영한 인터뷰 영상 발췌본에서 국가의 영혼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관람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캔자스시티의 승리를 예측했다.

필라델피아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 여사도 직접 경기를 관람했다. 이밖에도 가수 폴 매카트니,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헐리우드 배우 브래들리 쿠퍼, 애플 CEO 팀 쿡 등 수많은 스타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유명 래퍼 켄드릭 라마는 하프타임 쇼에서 댄서들로 성조기를 만드는 등 화려한 무대를 꾸렸다.  

수퍼보울 중계방송 광고 단가는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중계방송사인 폭스는 30초당 800만 달러(약 116억 원)의 광고료를 받았다. 미국인 4800만 명이 음식을 주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닭날개(치킨윙)였다. 전미가금협회에 따르면 이날 소비되는 닭날개는 14억7000만 개에 이른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이번 수퍼보울이 뉴올리언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5억 달러(약 7300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