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판 바뀌는 반도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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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AI 전쟁에서 중국에 밀릴 것이란 위기감에서다. 그러나 경쟁은 기술혁신의 속도를 높일 기회다. AI 모델 효율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런 상황은 ‘이 기업’에도 기회다. ‘저전력 반도체 설계 최강자’ Arm 얘기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기업인 Arm의 설계 밑그림이 스마트폰을 넘어 서버·온디바이스 AI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회동에 르네 하스 Arm 대표가 끼며 ‘3+1 회동’으로 커진 것도 Arm의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된 Arm은 반도체의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저전력 설계에 특화된 업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9%가 Arm의 설계 밑그림을 쓰고,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의 94%는 Arm의 IP를 최신 차량에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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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Arm이 중립지대를 벗어나, 여차하면 반도체 전쟁에 직접 뛰어들 태세다. 스마트폰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서버, PC, 자율주행 시장까지 넘본다. Arm을 손에 쥐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야망과 맞닿아 있다
◆손정의 회장의 ‘AI 최종병기’=20년 넘게 조용히 반도체 거물들의 뒤에 섰던 Arm의 운명은 2016년 ‘IT업계의 승부사’ 손정의 회장을 만나면서 완전히 바뀐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Arm을 320억 달러(당시 42조원)에 전격 인수한 것. 손 회장은 인수 당시 “바둑으로 비유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면서 “이제 Arm이 소프트뱅크 성장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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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만 됐다면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으로 남았을 해당 거래는 역설적으로 Arm의 ‘무기상’ 역할이 발목을 잡으며 무산됐다. 전 세계 규제 기관이 Arm 인수 시 엔비디아의 독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후에도 손 회장은 ‘Arm 카드’를 종종 꺼냈다. 2022년 9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손 회장이 (Arm 공동 인수에 대해) 제안을 해올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국내에서도 ‘빅딜’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하지만 삼성의 Arm 인수는 없었다. “한국 반도체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서의 경쟁력을 단숨에 확보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과 함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았던 데다 어차피 ‘반독점 문턱’을 넘기 힘들었을 것”이란 반론이 아직도 엇갈린다.
그리고 2022년 11월 말 챗GPT의 등장 이후, AI 시장이 활짝 열리며 상황은 반전됐다. 손 회장은 매각 카드를 접고 2023년 9월 Arm을 나스닥에 직접 상장시켰다. 이제 Arm은 AI 시대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 그룹의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마침내 ‘반도체 전쟁’ 뛰어들다=Arm 도 상장 이후 변신을 본격화했다. 고객사와의 소송전도 불사했다. Arm은 지난해 10월 최대 고객사인 퀄컴이 약속을 어겼다며 소송에 나섰다. Arm이 특정 고객사에 자신들의 밑그림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양사 간 법정 싸움이 격해지면서 폭로전도 벌어졌다. 그사 이 Arm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료도 튀어나왔다. 퀄컴 측에서 Arm이 고객에게 설계 밑그림만 제공해 왔던 것을 넘어, 직접 칩을 설계해 고객과 경쟁하려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는 내용의 내부 문서가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Arm이 직접 링으로 올라와 퀄컴·애플·삼성전자와 싸우려 준비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르네 하스 Arm CEO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고객과 경쟁할 의향이 없다”고 해명했다.
손 회장은 Arm이 지금보다 더 크고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지난해 6월 소프트뱅크 그룹 주주총회에서 “만약 다시 한번 Arm과 엔비디아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Arm을 살 거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엔비디아의 주주가 되는 길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Arm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를 감안하면 손 회장에게 Arm의 현재 시가총액이 아직은 아쉬울 수 있다. 10일 현재 1700억 달러(약 249조원) 수준. 반면에 Arm의 설계 밑그림을 가져가 칩을 만든 애플·엔비디아는 시총 3조달러가 넘는 기업들이다.
사업 영토도 넓히고 있다. 크리스 버기 수석부사장은 “AI PC 비중이 높아지면서 저전력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확장현실(XR) 분야에서도 Arm의 핵심 역량인 고성능 저전력 기술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도 새 먹거리다. 엔비디아는 Arm의 CPU 설계 밑그림이 탑재된 차량·로봇용 컴퓨터 젯슨 토르를 올해부터 메르세데스-벤츠 등 양산차에 적용한다. 딥티 바차니 Arm 오토모티브 수석부사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구현을 위해 여러 반도체 기업은 물론 완성차 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게이트와 Arm, 엔비디아, 삼성전자=4년 만에 다시 돌아온 트럼프의 ‘1호 투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Arm도 참여한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5000억 달러(약 719조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의 AI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오픈AI·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랠리를 이끄는 미국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발표 현장엔 올트먼 오픈AI CEO,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과 함께 손 회장도 나타났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스타게이트 AI 데이터센터에 Arm의 저전력 AI 반도체 설계 자산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럴 경우 지난 4일 서울에서의 ‘3+1 회동’에서 Arm의 설계 역량과 삼성전자의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협업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손 회장의 비밀병기 Arm은 이날 새로운 협력의 물꼬를 터냈을까.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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