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이사장 "국내 증시 부진은 산업 경쟁력 때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에 대해 “결국 한국 산업 경쟁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시작한 기업 밸류업(가치 체고) 프로그램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개별 상장사들의 경쟁력 저하로 증시도 부진했다는 평가다. 

정 이사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저평가된 부분이 제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밸류업의 취지”라며 “(그 이상으로 주가를 올리는 것은) 거래소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처럼 말했다. 

거래소의 올해 4대 전략으로는 ▶자본시장 밸류업 ▶미래 성장동력 확보 ▶투자자 신뢰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매년 5월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우수 상장기업을 선정해 표창하고, 거래소 연부과금이나 수수료 면제,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등 혜택을 제공한다. 우수 상장기업은 총주주수익률(TSR)·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기준으로 1차 정량평가를 한 뒤, 주주환원 여부와 밸류업 공시 충실성 등 2차 정성평가, 기업 현안을 고려한 3차 종합평가를 통해 매년 10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 등급상 C등급 이하면 1차 평가에서 탈락 처리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도 평가에 반영한다. 

거래소는 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같은 글로벌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거래소가 개발한 지수의 사용권을 개방하고, 올 하반기부터 한국물 지수 파생상품의 해외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거래소 거래시간과 겹치지 않는 시간대에 선물 상품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야간 거래시 리스크 헤지가 가능하도록 오는 6월 중으로 코스피200 선물 등 대표 파생상품 10종의 야간 거래(오후 6시~다음날 오전 6시)도 도입한다. 코스닥150 위클리옵션이나 탄소배출권 선물을 상장하는 등 주식파생상품도 다양화한다.

11일 오후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 사진 한국거래소

11일 오후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 사진 한국거래소

시장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상장폐지 절차를 효율화해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할 수 있게 하고, 기업공개(IPO)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을 도입해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방안은 오는 3월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앞두고 나왔다. 정 이사장은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시장을 분담하게 되면, 거래소 수익 모델의 일정 부분을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래 사업 동력을 만들고, 더 다양한 수익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