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새해 들어 가계대출 빗장을 일부 풀었지만,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전월 대비 줄었다. 주택거래 감소 등 부동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설 명절 상여금 지급에 신용대출을 줄인 사람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부진에…지난달 가계대출 10개월 만 감소
금융위원회는 12일 발표한 ‘1월 가계대출 동향’에서 전체 금융권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과 비교해 90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고금리 여파에 지난해 2월(-1조9000억원)·3월(-4조9000억원) 연속 줄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정책대출 공급과 부동산 규제 완화에 지난해 4월부터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전월 대비 금융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주택시장 냉각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3조3000억원 늘었지만, 전달(3조4000억원)보단 증가 폭이 줄었다. 특히 이 기간 은행권 주담대는 확대(8000억원→1조7000억원)했지만, ‘풍선 효과’를 보였던 제2금융권 주담대가 많이 감소(2조6000억원→1조6000억원)했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국 주택 거래량이 상당 수준으로 감소했고, 서울도 지난해 7~8월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의 거래량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대출이 전반적인 둔화 추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같은 기타대출은 지난달 전월 대비 4조2000억원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감소세를 주도했다. 통상 1월은 설 명절 상여금이 들어오는 데다 일부 기업은 성과급을 지급하기 때문에 신용대출 수요가 많지 않다.
다만 이 같은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1월은 원래 부동산 시장 비수기다. 하지만 봄 이사철이 되면 대출을 받는 사람이 다시 늘 수 있다. 또 상여금 지급 영향에 감소했던 기타대출도 이달부터 증가할 수 있다. 향후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금융위는 “본격적인 영업 개시와 신학기 이사 수요 등이 더해져 2월부터는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주택시장·금리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관리기조 계속, 스트레스 DSR 3단계 예정대로”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도 예정대로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요구한 ‘지방 DSR 규제 완화’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방으로의 자금공급 현황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다만 지방만 DSR 규제를 풀 경우 전체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가지고 있다.
한편,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7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11조5000억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가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박 차장은 “지난해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 상환된 대출이 재취급된 됐고, 부가가치세 납부나 설 명절 상여금 지급을 위한 자금 수요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