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와 '관세협상 시도' 총력…다급한 트뤼도, EU 찾아

유럽연합(EU)이 전방위 관세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협상을 시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 위협에 직면한 캐나다 정상도 '동병상련'인 EU를 찾아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트럼프 관세' 해법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첫 통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EU가 미국과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찾고, EU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매긴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대응하며 무역분쟁까지 갔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회동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회동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JD 밴스 미 부통령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공정한 무역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미국과 협력이 지속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U 측에 따르면 두 사람은 "에너지를 포함한 상호 간 이익이 되는 경제 영역을 우선시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한다. 

트뤼도 "1기 때 美일자리 영향 잊었나" 경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회동했다.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에서 캐나다가 1위, EU가 3위여서 양측 모두 트럼프 관세가 부과되면 직격탄을 맞는다. 다급해진 트뤼도 총리가 비슷한 처지의 EU와도 머리를 맞댄 셈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만나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만나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EU 당국자는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대미 관계가 핵심이었다"며 "정상들은 최근 미 행정부와 접촉한 경험을 공유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와 관련해선 "실질적인 이슈는 중국산 철강의 과잉 생산이며, 이는 미국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 양측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트뤼도 총리는 EU 지도부와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새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미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캐나다에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미국 일자리 7만5000개가량이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브뤼셀 나토 본부를 찾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만났다. 트뤼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나토를 더욱 강화하고 방위비를 지출하겠다"는 캐나다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불발에도 대비하고 있다. EU 27개국 무역장관들은 이날 긴급 영상회의에서 관세 현실화 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관세를 비롯한 무역 조치는 집행위의 고유 권한이다. 회의를 주재한 상반기 EU 순회의장국 폴란드의 크시슈토프 파시크 경제개발기술장관은 "오늘 회의는 회원국들이 단결하고 있으며 유럽의 철강·알루미늄 부문을 보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키로 하면서 캐나다·멕시코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한 번 미뤘던 보편 관세(25%)가 시행되면 해당 관세율이 50%로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에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는 다른 관세 위에 부과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의 보편 관세를 물린다고 발표했다가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대미 철강 수출 1~2위 국가다. 캐나다산 알루미늄은 지난해 미국 수입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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