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급 유물' 6점 등 명나라 서화예술 53점 한국서 본다

 

심주, 분재 국화 감상(盆菊幽賞圖卷), 종이에 채색, 23.4x86.0cm, 중국 1급 유물.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붓질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심주의 중년기 대표작 중 하나다. [사진 경기도박물관]

심주, 분재 국화 감상(盆菊幽賞圖卷), 종이에 채색, 23.4x86.0cm, 중국 1급 유물.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붓질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심주의 중년기 대표작 중 하나다. [사진 경기도박물관]

명나라 5대 황제 주첨기(1398~1435)가 그린 '만년송(萬年松圖卷)'의 부분. 전체는 가로 3.32m, 세로 45㎝의 긴 두루마리 형태다. [사진 경기도박물관]

명나라 5대 황제 주첨기(1398~1435)가 그린 '만년송(萬年松圖卷)'의 부분. 전체는 가로 3.32m, 세로 45㎝의 긴 두루마리 형태다. [사진 경기도박물관]

여기,사자머리 거위, 비단에 채색, 191x106cm. 1급 유물. 매화 꽃봉오리 표현이 유려하다. [경기도박물관]

여기,사자머리 거위, 비단에 채색, 191x106cm. 1급 유물. 매화 꽃봉오리 표현이 유려하다. [경기도박물관]

 

축윤명(1460~1526), 초서로 쓴 두보 시, 종이에 먹, 106.5x37cm. [사진 경기도박물관]

축윤명(1460~1526), 초서로 쓴 두보 시, 종이에 먹, 106.5x37cm. [사진 경기도박물관]

정가수,'고목, 대나무, 돌', 종이에 먹, 122.4x51.0cm. 소박한 붓놀림 속에 맑고 고요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사진 경기도박물관]

정가수,'고목, 대나무, 돌', 종이에 먹, 122.4x51.0cm. 소박한 붓놀림 속에 맑고 고요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다. [사진 경기도박물관]

가로 3.32m, 세로 45㎝의 긴 두루마리에 나란히 선 소나무 두 그루가 걸렸다. 수백 년 전 붓을 쥔 이는 나무를 수직으로 그리지 않고, 오히려 위아래를 툭 잘라내고 양옆으로 뻗은 가지를 담은 과감한 구도로 소나무의 생명력과 웅장한 기상을 표현했다. 이 '만년송(萬年松圖卷)'을 그린 화가는 명나라 5대 황제 주첨기(1398~1435). 그가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1431년에 그린 이 그림은 현재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1급 유물 중 하나다.

이 '만년송' 등 중국 국가 1급 유물 6점 등 명대 걸작 53점이 현재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오는 3월 6일까지 전시된다. 경기도와 랴오닝성의 자매결연 30주년을 맞이해 여는 특별 전시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로, 그동안 국내에 잘 소개된 적 없는 명대 서화를 한 자리에서 볼 드문 기회다.

이번에 경기도박물관에서 소개되는 중국 국보(1급 유물)는 모두 랴오닝성박물관 소장품이다. 명대 전기를 대표하는 궁정화가인 대진(1399~1462)과 중기 화단을 주도한 '명사대가(명나라 최고의 예술가 4인)' 심주(1427~1509), 문징명(1470~1559), 당인(1470~1524), 구영(1494~1552) 등의 작품도 왔다.


명대(1368~1644)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 눈에 띄는 발전과 혁신이 이뤄져 중국 회화사에서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황실과 귀족들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화가 대진부터 말기의 거장 동기창(1555~1636)까지 걸출한 화가들이 활약했다.  

이를테면, 달마·혜가·승찬·도신·홍인·혜능 등의 모습을 한 화폭에 그린 대진의 '여섯 명의 선종 조사(禪宗六祖圖卷)'는 그의 대표적인 인물 산수화다. 랴오닝성박물관의 양용 큐레이터는 이 작품을 가리켜 "산수화 형식을 완벽하게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시공간에 속한 고승들의 정신적 풍모까지 생생하게 표현했다" 고 소개했다. 또 "두루마리 뒤에는 축윤명과 당인이 쓴 긴 발문까지 더해져 대가들의 글씨까지 한 권에 집약된 걸작"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문화가 융성했던 명대 중기의 회화는 우아하며 함축적이고, 품격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문인들이 술을 마시며 국화를 감상하는 모습을 묘사한 심주의 '분재 국화 감상'은 먹과 색의 변화를 중시한 심주의 뛰어난 예술적 기량과 문인 정신을 완벽히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거장을 발견해가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호가 '백양산인(白陽山人)'으로 '원추리와 치자나무'를 그린 진순(1483~1544), '먹으로 그린 매화'로 고결한 품격을 아낌없이 표현한 진계유(1558~1639) 등도 눈길을 끈다. 

명대 후기 작품 중에선 동기창의 걸작으로 꼽히는 '행서로 쓴 칠언율시' 등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 서예와 산수화에 모두 뛰어났던 동기창은 명말 청초 시기 화단은 물론 조선의 문인화·남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명 사대부, 조선 종이에 열광" 

동기창(1555~1636), 강산추제도, 종이에 먹, 38.4 x 136.8 cm. [사진 클리블랜드미술관]

동기창(1555~1636), 강산추제도, 종이에 먹, 38.4 x 136.8 cm. [사진 클리블랜드미술관]

2021년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원적외선으로 촬영해 확인한 조선 조공문 관련 단서들.[클리블랜드미술관]

2021년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원적외선으로 촬영해 확인한 조선 조공문 관련 단서들.[클리블랜드미술관]

한편 경기도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지난 6일 '명대 서화 예술의 전개와 확산'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큐레이터 임수아 박사는 "동기창이 조선의 종이를 '강산추제도'(클리블랜드 소장)등 다수의 작품에 사용했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임 박사는 "동기창이 '강산추제도'를 조선에서 공물 목록을 적어 보낸 종이에 그렸다"며 "2021년 3월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원적외선으로 촬영한 결과, 그림 중심 부문에 (조선의) 공물 목록이 적혀 있으며 조선 국왕의 주문방인이 찍힌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공문이 적힌 날짜는 조선 선조 때인 1573년 8월 19일로 확인됐다. 

그는 "명말 서화가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높은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수입품을 수집했다"면서 "특히 문인 취향을 드러내는 데 있어 중요한 수집품 중 하나가 표면이 두껍고 윤이 나는 조선 종이였고, 명나라 사신들이 조선을 방문할 때 가장 선호한 공물 목록 중 하나가 종이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은 앞서 2010년 윤인수의 2010의 논문을 통해 "동기창의 조선 종이에 대한 사랑이 당시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발표된 바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 발표자로도 참여한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명대 서화예술은 조선 중기부터 큰 영향을 주었다"며 "특히 시(詩)·서(書)·화(畵)가 한 공간에 일체로 구현되는 동기창의 서화 작품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정선·강세황·김홍도·신윤복, 나아가 김정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까지 조선 후기 예술의 변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