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구실 차단…구글·애플 규제 추진 속도조절 나선 정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집중 규제를 추진하던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련 규제를 빌미로 관세 압박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9월 온라인 플랫폼 집중 규제 목적으로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통상 환경 변화 등이 고려될 수 있도록 입법 논의 과정에서 국회와 협의하고,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국익 관점에서 통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 정부가 교역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까지 고려해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나서면서, 플랫폼법으로 인해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지난 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지명자는 공정위 추진 법안을 두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정위 규제 대상에는 구글·애플 등 미국 기업의 플랫폼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서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미 정부가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정위의 움직임이 향후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한 위원장이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제재 수위가 높게 나올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빌미로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변수는 국회다. 더불어민주당(김남근 의원 등)은 정부 움직임과 무관하게 온라인 플랫폼 집중 규제 법안 처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미 정부의 반발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규제 대상에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이 포함된다. 또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플랫폼도 시장점유율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규제망에 들어간다. 특히 법안의 취지는 불공정행위(자사우대·끼워팔기 등)가 벌어졌을 때 신속하게 차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은 강조한다.


다만 지금은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라면서도 “트럼프가 어떻게든 관세를 매기려고 구실을 찾는 상황이다. 미 정부의 통상 정책방향이 종합적으로 공개되는 4월 초까지는 정부에 발맞춰 온라인 플랫폼 규제 추진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를 ‘외교통상 슈퍼 위크’로 설정하고 민·관 합동으로 미 정부와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해 무역금융 확대, 통상정책 변화 대응,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 농수산식품 수출 촉진 등 범부처 수출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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