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명 숨진 부산 반얀트리, 화재감지기∙스프링클러 막혔었다

지난 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앤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함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앤 공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함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화재 경위를 수사하는 경찰이 사고 때 화재 감지기를 포함한 소방시설이 덮개 등으로 막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소방 설비에서 규정 미달이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한 경찰은 이 건물 사용 승인이 이뤄진 경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화재감지기ㆍ스프링클러 제 기능 못 했다

1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앞선 합동 감식 및 현장 조사에서 반얀트리 호텔 B동 지상 1층과 지하 1층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지상 1층은 불길이 시작된 곳으로 숨진 인부 6명 모두 1층에서 발견됐다. 지하 1층에선 다수의 인부가 작업하던 중 탈출했고, 이들을 통해 위층에서 일어난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현장을 살핀 경찰은 이 두 층에 있는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가 비닐과 마개 등으로 막혀 있었던 정황을 파악했다. 이런 탓에 스프링클러와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추정이다. 앞서 현장 인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찰이 확보한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술에도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경찰은 불꽃과 연기가 나는 용접 등 막바지 공사 과정에서 오작동을 피하기 위해 화재 감지 및 방수 시설 기능을 인위적으로 차단했고,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더 커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프링클러 설치 거리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거나 소화전에 물을 분사하는 소방 호스가 갖춰지지 않았던 정황도 현장 조사에서 확인됐다. 소방시설 설비 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안이다.

미비한 소방시설, 사용 승인 어떻게 났나  

이에 따라 해당 건물이 어떻게 건물 사용 승인을 받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진다. 승인을 내준 기장군에 따르면 반얀트리 부산 건축주 측이 건물 사용 승인을 신청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승인은 12월에 이뤄졌다.


경찰이 파악한 현장 사정과는 달리 승인 신청 당시 제출된 서류엔 문제가 없었다는 게 기장군 설명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소방 설비에 문제가 있으면 보완 요청을 한다. 2회까지 보완 기회를 준 뒤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사용 승인 신청 자체를 반려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은 현장 확인 없이 감리업체의 완료보고서와 소방의 확인 필증 등 서류에 근거해 진행된다. 그런데 당시 제출된 서류 상으로는 하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방 필증 발급 주체는 지역 소방관서다. 기장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시설공사업법상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의 완공 검사를 받게 돼있다. 다만 이 법에 따라 공사 감리자가 지정된 경우엔 현장 확인 없이 감리 결과보고서로 완공 검사를 갈음할 수 있다”며 “당시 감리업체의 소방감리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조성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사망했다. 사진 뉴스1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조성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사망했다. 사진 뉴스1

건축주는 착공 신고 단계에서 감리업체와 계약하는데, 기장군에 따르면 반얀트리 호텔 공사 감리를 맡은 건 나우씨엠건축사사무소다. 경찰은 현장 감식에서 파악한 내용을 근거로 화재 원인과 함께 사용 승인 과정에서 제출된 서류에 하자나 허위가 있었는지 등 경위를 중점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18일 시공사와 인허가 기관 9곳에 경찰관 40명을 보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수사팀 규모는 기존 43명에서 55명으로 확대했다.

지난 16일 합동감식에선 반얀트리 호텔 B동 1층 PT룸(배관 유지ㆍ관리를 위한 공간) 배관 주변에서 불이 난 것으로 특정됐다. 전날 사망자 6명의 시신을 부검한 검안의는 이들이 모두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