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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이수지가 패러디한 '도치맘'의 모습. 사진 유튜브 핫이슈지
코미디언 이수지(40)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시리즈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그는 ‘도치맘’(극성스러운 교육열을 가진 엄마들, 고슴도치의 ‘도치’에서 따왔다)의 모습을 패러디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5일 영상에선 35세 강남 엄마 이소담으로 분한 이수지가 밍크 조끼를 입고, 고야드 가방을 들고 나와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디올 립밤을 바르고 포르쉐 차량에 올라타는 디테일로 눈길을 끌었다.
이어 ‘쎄쎄쎄’를 ‘쒜쒜쒜’로 발음하는 4세 자녀 제이미 일화를 소개하고는 “중국어 모먼트가 있다. 진짜 언어 쪽으로는 발달이 많이 된 친구”라며 우아한 손동작과 말투를 곁들였다. 영어와 중국어 교육엔 열을 올리지만, 정작 4세 아이가 배운다는 맞춤법은 다 틀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영상 말미에는 아이 심리를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훈육을 하려다가 참지 못하고, “김제득! 너 집에 가서 봐”라고 화를 꾹 누르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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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하는 도치맘을 패러디하는 이수지. 사진 유튜브 핫이슈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이 영상은 또 다시 입소문을 타며, 하루만에 156만뷰 이상을 돌파했고, 댓글은 7100개 이상이 달렸다. 시청자들은 “지독하게 잘한다”, “눈치보지 말고 계속 패러디 부탁한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영상에선 앞서 입고 나왔던 몽클레르 패딩이 아닌 밍크 조끼를 입어, “한 번 더 도치맘을 풍자했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수지가 패러디 영상을 올린 후 몽클레르 패딩이 조롱거리가 되어, 강남 지역 중고마켓에 매물로 많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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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몽클레르 패딩이 중고시장에서 매물로 올라와 있다. 사진 당근마켓
이에 “다음 타겟은 고야드 가방이냐”며 화제를 모은다. 고야드 가방은 엄마들 사이 기저귀 가방으로도 유명한데, 한 30대 예비맘은 “기저귀 가방을 구경 중인데 고야드는 제외했다. 패러디 영상을 보니, 유행에 휩쓸려서 사려고 했던 마음이 확 사라졌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수지의 패러디 영상이 사회적 파장을 가져온 것에 대해, “시대적으로 풍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봤다. 양극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나와 다른 남’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유튜브라는 폐쇄적인 플랫폼을 타고 ‘내가 좋아하는 패러디를 더 자극적으로 해 달라’, 혹은 ‘아무리 너네가 그래도 우리 세상은 달라’하면서 선을 긋는 반응의 양극화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이수지는 도치맘 외에도 공구(공동구매)하는 인플루언서, 신령을 모시는 백두장군 등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패러디하고 있다. “공장 사장님이랑 싸워서 상품을 만들었다”는 인플루언서들의 공통적인 이야기, “의뢰인에게 악재가 가득하다”며 불꽃 자막을 넣는 무당 유튜브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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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핫이슈지
유튜브 이전에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외국 길거리를 걸었던 인플루언서 과즙세연을 따라했고,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영화 ‘파묘’의 배우 김고은을 패러디하는 등 가장 화제의 인물을 똑같이 따라했다. 데뷔 초 KBS2 ‘개그콘서트-황해’에서는 보이스피싱범을 패러디하는 등 매년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여왔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에도 이수지가 출중한 연기를 보여왔다. 그동안은 단발성 프로그램 출연으로 해왔던 패러디였다면, 본인 유튜브를 만든 이후로의 패러디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목소리로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연예인을 성대모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적 단면을 꼬집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수지의 연기에는 노력도 깃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성대모사해서 반 친구들을 웃기기도 했다”는 이수지는 타고난 연기 재능도 있지만, 새 캐릭터를 찾고자 하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열정이 크다는 주변 관계자 전언이다. 그는 앞서 출연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SNL코리아’에서 캐릭터가 주어지면 30번 이상 관련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보고 연구한다. 영상PD인 남편이 유행하는 영상이나 밈을 미리 공부하라고 공유해주기도 한다”면서 “40대가 되니까 새 캐릭터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요즘 유행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