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펑·창안 합병하고, 화웨이·상하이車 협력…'합종연횡' 중국차

중국 충칭(重慶)시 위베이(渝北)구 창안(長安)자동차 공장 내부.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충칭(重慶)시 위베이(渝北)구 창안(長安)자동차 공장 내부.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업계가 합종연횡(合縱連橫)에 한창이다. 동종 업계는 물론이고 정보기술(IT)·배터리 업계와 ‘공동 전선’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차 견제가 본격화하자 대응에 나섰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는 최근 중국을 대표하는 IT 업체 화웨이와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공동으로 중저가 전기차 브랜드를 출시해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출시 가격은 17만~18만 위안(약 3367만~3565만 원)으로 알려졌다. SAIC는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화웨이와 협력을 통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스마트 전기차를 개발할 것”이라며 “양사의 강점을 극대화해 중국의 자동차 산업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도 지난달부터 SAIC와 전기차 개발 협력을 시작했다. 중국 국영기업 제일자동차그룹의 자회사 지에팡과 상용차 기술 개발 협정도 맺었다.

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와 자동차 기업 체리가 공동 개발한 전기차 '럭시드 S7'.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와 자동차 기업 체리가 공동 개발한 전기차 '럭시드 S7'. 로이터=연합뉴스

또 지무신문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 자동차 기업 창안(長安)자동차와 둥펑(東風)자동차는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치면 비야디(BYD)를 제치고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지난해 창안(268만대)과 둥펑(248만대)의 자동차 판매량을 더하면 BYD(427만대)를 넘어선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비교하면 스텔란티스(542만대)에 이어 7위 수준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기업만 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포화 상태”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중국은 자동차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정해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하며 친환경차를 10대 핵심 산업으로 꼽아 보조금 지원을 시작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중국 정부의 전기차 산업 보조금 규모는 453억 달러(약 65조원)에 달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기업 판매 순위 10위 안에 중국 기업 6개가 이름을 올렸다. BYD가 413만700대를 팔아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어 지리(3위)·SAIC(4위)·창안(6위)·체리(9위)·리오토(10위) 순이다.

중국 산둥(山东)성 옌타이(烟台)항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중국 자동차. AFP=연합뉴스

중국 산둥(山东)성 옌타이(烟台)항에서 수출을 기다리는 중국 자동차. AFP=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기업이 내수 시장에 의존해 몸집을 키워온 만큼 성장세에 한계가 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의 내수 판매는 2557만7000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585만9000대에 그쳤다.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국의 내수 경기가 부진하면 성장이 꺾일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만, 아직 상당 부분은 내수에 의존한다”며 “내수 부진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 견제를 본격화했다. 지난달엔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차량연결시스템(VCS)과 자율주행시스템(ADS)을 탑재한 차량의 수입·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