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금액 회수 지연 우려에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CJ푸드빌과 신라면세점, CGV 등이 이날부터 사용을 중단했다. 일각에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터너스 측이 막대한 차입금으로 회사를 인수한 후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며 먹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이날 2015년 인수 이후 MBK가 단 한 차례도 배당을 받지 않았고 인위적 구조조정도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온ㆍ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의 매각 시장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 등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까지 최근 공격적으로 세를 불리는 상황에 악재가 겹친 탓이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토종 유통업체들이 매물로 쌓이는 현실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뉴스1
실제로 SK스퀘어의 자회사인 11번가는 2023년 11월부터, 티메프(티몬ㆍ위메프)는 지난해부터 새 주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큰 진척이 없다. 11번가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주력 사업인 오픈마켓의 지난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흑자를 내고 매각 희망가를 애초 1조원에서 5000억원 수준으로 낮췄지만 시장 반응이 영 시큰둥하다. 티메프 법정관리인 측은 당초 티몬과 위메프를 일괄 매각하려 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자 개별 매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결과 최근에야 신선식품 새벽 배송 기업 오아시스와 티몬 인수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보유 자산 중 알짜로 평가되는 기업형 수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MBK 측이 SSM을 쪼개 매물로 내놓은 건 그나마 오프라인 유통쪽에서 선방하고 있는 분야라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SSM 매출 성장률은 4.6%로 전년(3.7%)에 이어 연속 성장세다. 대형마트(2023년 -0.5%, 2024년 -0.8%)의 고전과 대비된다. 308개 매장을 거느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SSM 시장 점유율(매장 수 기준)은 20%가 넘는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반년이 넘도록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는 ‘애매한 매장 크기’다. 대개 SSM 매장은 660~990㎡(약 200~300평) 크기다. 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차별화 전략으로 역세권 중심의 198~330㎡(약 60~100평) 크기 매장을 출점했다. SSM업계에선 ‘너무 작다’는 반응인 반면 평균 매장 크기가 66㎡(약 20평)인 편의점업계에선 ‘너무 크다’고 본다. 직영점이 많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비중이 70%가 넘는다. GS프레시의 경우 직영점 비중은 20% 수준이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안 그래도 주인을 찾기 어려웠던 매각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 C커머스가 이커머스 시장(약 250조원)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체제가 더 굳어질 것”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업체뿐 아니라 토종 이커머스들도 버티기 어려워 질 수 있다. 하지만 매물로 나와도 인수 희망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차량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