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방치된 화환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담장을 따라 놓인 화환은 400여개다. 지난해 12월 탄핵심판 개시 전후로 윤 대통령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것들이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다"부터 "구국의 영웅 윤석열"까지 구호도 다양하다.
헌재는 지난달 "불법 적치물로 시민들의 보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2월 말까지 정비하지 않으면 폐기 처리할 예정"이라고 화환마다 경고성 안내를 붙였다. 하지만 알아서 정리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이에 헌재는 자체 철거도 검토했으나, 지지자들의 과열된 분위기를 고려해 일단 놔두는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탄핵심판 결론을 앞두고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국민의힘과 탄핵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보수 단체들은 헌재의 정치적 중립을 의심하며 재판관들을 처단하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종로구청도 해당 구역이 헌재 부지라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헌재의 사유지인 전면 공지에 해당한다"며 "구청이 강제 수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청동에 있는 국무총리 공관 앞 화환이 쓰러져 길을 걷던 노인이 넘어지는 등 안전사고를 걱정하는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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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서울구치소 주변도 화환 문제를 겪었다. 일부 지지자는 강제 철거를 막으려고 순찰을 돌고 화환 쪽으로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녹화를 하는 유튜버도 등장했다.
결국 탄핵심판 결론이 나온 이후에야 각 기관이나 구청이 폐기에 나설 예정이다. 화환의 경우 발송인을 특정하기 어려워 폐기 비용 역시 각 구청에서 감당할 가능성이 높다. 화환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화와 잎, 스티로폼 등이 쓰이기 때문에 환경 오염도 일으킨다. 통상 결혼식 화환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야외에 오래 방치된 집회용 화환은 다시 쓰려는 업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