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대학가서 잇따르는 시국선언…"집회의 자유 보장"vs"순수한 목적 잃어"

6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앞에서 대학생들의 탄핵 찬성 시국선언이 열렸다. 경찰들이 학생들을 향해 고함을 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를 막아서고 있다. 김서원 기자

6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앞에서 대학생들의 탄핵 찬성 시국선언이 열렸다. 경찰들이 학생들을 향해 고함을 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를 막아서고 있다. 김서원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반대하는 시국선언 발표가 잇따랐다.

6일 낮 12시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선 학내인권단체협의회와 졸업생 모임인 고려대 민주동우회 등이 주최한 탄핵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시국선언엔 재학생·졸업생·교수·교직원 등 582인이 연서명에 이름을 올렸다.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정문 앞에서도 숙명여대 재학생 등 1112인이 동참한 ‘윤 대통령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2차 시국선언’이 열렸다. 이들은 “내란옹호 행위 규탄한다”, “대학생이 앞장서서 민주주의 지켜내자”고 외쳤다.

탄핵에 반대하는 대학생 시국선언 발표도 진행됐다. 오후 2시쯤 서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앞에서 한성대 재학생·졸업생 등 6명은 “야당의 입법폭주와 헌정 파괴적 탄핵 남발을 규탄한다”며 탄핵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학생증·졸업증명서 등을 공개하며 한성대생임을 인증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6일 낮 12시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재학생, 졸업생, 교수, 직원 등 582인이 동참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서원 기자

6일 낮 12시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재학생, 졸업생, 교수, 직원 등 582인이 동참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서원 기자

6일 오후 2시쯤 한성대입구역 앞에서 한성대 재학생 등이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서원 기자

6일 오후 2시쯤 한성대입구역 앞에서 한성대 재학생 등이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서원 기자

 
개강을 맞아 이날 처음 열린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학교 측은 학생 안전 우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강 뒤 교내 유동 인구가 늘면서 외부인 출입을 세세히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성대 시국선언을 주도한 재학생 문기업씨는 “개강 후 학생 안전이 우려스럽다는 학교 측 의견을 수렴해 학교에서 떨어진 곳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숙명여대 학생들의 시국선언 장소에서 불과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 2명이 나타나 확성기로 “탄핵 무효”를 외치며 맞불을 놓았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배치된 관할서 경력이 지지자를 막아서면서 충돌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고려대 측은 사전 집회 신청이 없었고 안전상 문제로 ‘불허’ 입장을 전달했다가, 이날 캠퍼스폴리스 배치 등 보안을 강화해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고려대에서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외부인 등 일부 집회 참가자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바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혹시 모를 맞불 집회 상황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에 긴밀히 협조를 요청했다”며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선 대학 내 시국선언에 대해 “사회 문제에 대한 집회의 자유는 허용돼야 한다” “외부인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집회의 순수한 목적을 잃었다”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국선언을 지켜보던 고려대 사회학과 재학생 박모씨는 “학내에서 사회적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전상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학교 측이 집회를 아예 금지하는 것보다는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역사교육과 재학생 A씨는 “집회 자체는 지지하나, 학교 안으로 우파 유튜버 등 외부 세력이 난입해 충돌을 키우는 건 학생으로서 반대한다”고 했다.

이재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생들도 민주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외부인들이 난입하는 등 정치적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들이 폭력적인 행태를 보였을 때 재발 방지를 위해서 학교 측이 고발이나 강도 높은 항의 형태로 학생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