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LG전자,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은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매장에선 기존 납품한 물량만 판매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국 126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마트 납품을 중단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미수금 우려가 있어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하지만 납품업체들은 거래 조건 변경 같은 안전장치가 있어야 납품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1월 납품한 제품값을 2월 초에 받는 후 결제 구조다. 선결제로 거래 조건을 변경하려고 홈플러스와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을 해놓고, '우리는 아무런 문제 없으니 안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를 향한 시장의 불신과 먹튀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총 차입금은 6조원이 넘지만, 잔여 계약 기간 임대료 등 리스 부채를 제외하면 2조원 정도다. 현재 홈플러스가 보유한 56개 점포의 부동산 감정평가액(4조7000억)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 자산 정리로 부채를 해소할 수 있는 데도 채권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특히 홈플러스 인수 당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6000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도 대규모 손실 위험에 빠졌다. 계약 당시 복리 규정을 적용하면 국민연금이 회수해야 할 투자금은 1조원 수준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투자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투자금 회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열흘 전인 지난달 21일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도 두고두고 논란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이에 대해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CP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평소 매월 25일을 포함해 정기적으로 발행해 왔고 증권사에서 인수해갔다”며 “기업회생절차도 28일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긴급하게 신청하게 된 것으로 사전에 예상되었던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MBK가 다급한 상황에 몰렸다고 본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당시 3090억원이던 영업이익(2016년)은 코로나19가 유행이던 2021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서 지난 3년 연속 연평균 2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떼어 내 매각하는 분할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MBK는 지난해 말부터 신용평가사에 ‘국내 유력 유통업체인 A사가 매입하려고 실사 중’이라고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A사에서는 ‘실사는커녕 인수를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을 ‘A3’에서 ‘A3-’으로 하향 조정했고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가장 낮은 ‘D’등급으로 강등했다.

6일 서울 한 홈플러스 지점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