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밤, 전·현직 HID 요원 20여 명은 경기도 판교 정보사에 집결해 작전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한 HID 전직 요원은 인터뷰에서 HID 요원 수십 명이 모여든 당시 상황을 “아비규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HID가 계엄에 동원된 배경을 설명하며 “세뇌”라는 표현을 썼다. 세뇌는 HID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의미였다. 그는 “HID 계엄 동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HID ‘전직 요원’을 투입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계엄 과정에서 HID에게 부여된 임무는 정말로 ‘인민군 위장을 통한 사회 혼란 유발’이나 ‘북한 도발’ 유도, ‘요인 체포·납치·암살’ 등이었을까. 이런 임무 수행을 위해 '인민군복'과 케이블타이·포승줄·송곳·야구방망이와 같은 도구도 준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도구들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계엄 사태에 대한 국회 조사 과정에서 HID 부대 실체가 공공연하게 언급됐다. 북파공작원 실체가 낱낱이 공개된 셈이다. HID 부대는 계엄 사태 이후 존립이 가능할까.


 
“HID의 계엄 투입 대기를 언제부터 알고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김씨는 한참을 망설이다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비교적 최근까지 HID에 몸담았다. 그는 12월 3일 밤 HID 요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비교적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HID 요원으로 근무했던 백경민씨 역시 “현장에 투입된 HID 요원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당시 현장엔 20여명의 전직 HID 요원과 함께 현직 요원 7명도 동원됐다. 김씨에 따르면 현직 HID 요원들은 “요직에서 장기 복무하며 후배를 양성하던 HID의 ‘에이스’”라고 했다. 실제 이들에게 명령이 내려왔다면 현직 요원들은 명령대로 움직였을까. 당시 이들은 뜻밖의 반응을 드러냈다고 했다. 

1983년 12월 3일 밤. 북한 원산에서 일본 간첩선을 위장한 북한 반잠수정에 탄 무장공비 5명이 부산 다대포에 침투했다. 침투 한 달 전, 간첩들이 다대포에 온다는 첩보가 이미 입수됐다. 생포 명령이 떨어졌다. 육·해·공군 가용할 수 있는 부대가 총동원됐다. 그리고 작전의 최전선엔 HID, 북파공작원들이 투입됐다. 결국 북한 무장간첩 2명은 다대포 인근에서 HID 요원들에게 생포됐고, 간첩들이 몰고 온 반잠수정은 해군에 격추돼 침몰했다.

‘다대포 작전’에 HID 요원 수십 명이 투입된 사실은 이후 과거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당시 간첩들의 최근접 거리에서 간첩생포에 참여해 최고 수준의 수훈이 인정돼 충무 무공훈장과 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은 이기건 씨는 그간 단 한 번도 인터뷰에 나선 적이 없다. 사건 직후 공식 인터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씨는 왜 그동안 침묵했을까. 

 
이씨는 속칭 ‘설악개발단’이라고 불리는 HID 부대에서 13년간 근무했다. 작전 당시 이 씨를 비롯한 HID 요원들은 작전 한 달 전부터 강원도 고성에서 따로 모여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어떤 훈련을 받고, 작전에 투입됐을까. 또 작전 목표는 왜 사살이 아닌 ‘생포’였을까.

작전 실행 약 두 달 전인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이 터졌다. ‘다대포 사건’은 이 테러에 대한 보복·응징 차원에서 기획·조작된 사건이라는 의혹도 있었다. 당시 임무에 투입된 HID 요원들은 작전 과정에서 이런 전후 맥락을 알고 있었을까. 작전에 실패했다면 투입된 HID 요원들은 무사히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고 한다. 사실일까. 이씨 등 전직 HID 요원들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당시 작전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과 생포 비화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