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전선이 해저케이블을 시공하는 모습. 사진 LS전선
미국에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증가함에 따라 노후화 된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 전력기기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의 ‘미국산 우선’ 기조 강화에 따라 민간 프로젝트 중심의 진출 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간한 ‘미국 전력망 산업 동향 및 우리 기업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송전선의 70%는 25년 이상, 대형 변압기는 평균 40년 이상 지나 노후화가 심각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전력망 강화를 위해 130억 달러 규모의 ‘전력망 복원력 혁신 프로그램’과 ‘송전 원활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송배전 인프라 관련 자본 투자는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고압 전선·변압기 등 전력기기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기업은 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은 1조원을 투자해 버지니아 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미국에서 7200억원 규모의 송전망 관련 사업을 수주해 북미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 앨라배마 주 울산 변압기 공장 증설을 위해 올해 약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HD현대일렉트릭 알라바마 법인 전경
다만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통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미국산 우선 조달 기조가 강해진 점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에 코트라는 공공 부문보다 민간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전략을 짜야한다고 제안했다. 코트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전력망 산업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은 미국산 우선 구매(바이 아메리카) 조항이 있는 공공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다”고 분석했다.
단순 수출을 넘어 지사 설립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 특성상 납품 이후에도 즉각적인 문제 해결 및 사후서비스(AS)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트라는 “우리나라는 미국 내 주요 전력 기자재 품목의 상위 수출국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아직 낮은 현지화 수준으로 고객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데 애로를 겪는 것은 약점”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