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가 HMM 타코마호에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정유사는 바이오디젤, SAF, 바이오선박유 등 차세대 바이오 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 확대 중이다. 바이오 연료는 수소화 공정을 통해 식물성 유지, 폐식용유 등을 정제해 만든다.
에쓰오일은 바이오원료 코프로세싱(Co-Processing, 공동처리)를 위해 약 60억 원을 시설 개선 부문에 투자했다. 기존 생산 설비에 원유와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투입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함께 생산하기 위해서다. 약 1조원 이상의 SAF 전용 생산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선박유 급유·운항에 성공한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원료 정제시설을 짓고 있다. 올해 가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목표인데, 연간 50만톤(t)의 바이오 원료 및 식용유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항공기. 뉴스1
수출도 늘고 있다. SK에너지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만든 SAF를 지난 1월 유럽에 수출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과 SAF 공급 계약을 맺었다. SK에너지는 이번 계약으로 캐세이퍼시픽에 2027년까지 2만t 이상의 SAF를 공급한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부터 일본 ANA항공에 SAF를 수출하고 있으며, 대만 선사 양밍엔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도 수출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연료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인데 EU, 일본 등이 상대적으로 먼저 진입했다”며 “시장 선점을 위해 우리 기업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연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53억 달러(약 211조 5568억원)였는데,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10.7% 성장할 전망이다.
바이오 연료 산업 육성에 각국은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EU는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 정책을 통해 1000억 유로(약 156조원)를 바이오 연료 분야에 지원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올해부터 미국 내 정유사가 바이오 연료 223억3000만 갤런(약 845억 L)을 의무적으로 혼합해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무혼합기준(RFS)을 제시했다. 일본도 총 4767억 엔(약 4조6842억원) 규모의 바이오 관련 제조 분야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부터 바이오 연료 정책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26일 기획재정부는 ‘수소 처리 바이오에너지 생산 시설’을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에 신규 편입했다. 수소 처리 바이오에너지 기술은 SAF 생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데, 향후 관련 생산 설비를 짓는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박금철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규칙 개정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연료의 원료인 식물성 유지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최근 자국 산업 보호조치가 강화되는 추세라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며 “원료를 안정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 일본처럼 바이오 연료 생산시 세액공제 같은 더 적극적인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근거로 SAF 생산시 1갤런(3.78L) 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일본은 SAF 생산 L(리터)당 270원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