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 보수파를 중심으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시바 총리가 지난 3월 자민당 초선의원들에게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이시바 총리. AFP=연합뉴스
아사히신문과 NHK·교도통신 등은 지난 3일 복수의 자민당 의원들이 이시바 총리 비서로부터 1인당 10만엔(약 98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고 13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 측이 의원들에게 제공한 상품권은 총 백수십만엔 대로 전해졌다. 상품권을 받은 의원들은 모두 총리관저에서 열린 이시바 총리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초선의원들로, 대형 백화점 쇼핑백에 든 상품권을 이시바 총리 측으로부터 “오늘의 선물”이란 설명과 함께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이날 저녁 간담회에는 초선 의원 15명이 참석했으며 상품권 총액은 백수십만엔 상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HK는 의원 전원이 상품권을 되돌려줬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을 언급하며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상품권을 반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는 곧장 진화에 나섰다. 이날 늦은 시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품권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치 활동에 관한 기부가 아니다. 정치자금규정법에도 공직선거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위법성을 부인했다. 사비로 지출해 정치자금규정법에 해당하지 않고 상품권을 받은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거주하지 않아 선거법 위반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의원들에게 건넨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이시바 총리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사임 의사가 없다는 부분은 분명히 했다.
이시바 총리가 직접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나섰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시바 총리의 ‘포켓머니’에서 지출한 것으로 위법성은 없다. 정장을 사는데 보태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 언론들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총리의 ‘사비’라 할지라도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인을 포함한 개인이 정치인 개인에게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의 기부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총무성의 유권 해석에 따르면 상품권 역시 정치자금규정법에 적용을 받는 유가증권에 해당한다. 10만엔의 상품권이 ‘사회 통념상’ 기념품의 범주를 넘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9일 자민당대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연호하고 있다. 지지·AFP=연합뉴스
아사히는 자민당의 ‘정치자금 파티’를 둘러싼 비자금 문제를 계기로 퇴진한 기시다 정권의 뒤를 이어 이시바 총리가 지난해 10월에 취임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국회에서 기업·단체기부금에 대해서 여야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자신에게 ‘정치와 돈’ 문제가 생기게 돼 총리가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상품권 보도가 전해지자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명당 간부는 NHK에 “귀를 의심했다”면서 “정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즉각 비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관계자는 “상품권을 준 총리 측도 받은 자민당 의원 측도 언어도단”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