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 역할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부진,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저축은행이 많아지자, 2023년 7월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서로 다른 영업구역의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M&A 가능하게 허용했다. 이번에는 수도권 저축은행에까지 동일하게 M&A 허용 범위를 늘린 것이다.
다만 수도권 저축은행이 영업구역이 다른 은행을 최대 4개까지 M&A를 하려면 ‘구조조정 저축은행’(적기시정조치 대상이거나 BIS 비율이 9% 이하,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저축은행’ 대상을 기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 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로 완화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기준도 9% 이하에서 11% 이하로 낮춘다. 또 M&A를 한 저축은행은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면제해 주기로 했다. 다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합병할 때는 비수도권 여신의 일정 수준 유지하게 하는 조건을 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준 완화가 저축은행 ‘새판 짜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좋은 수도권 저축은행이 자금난을 겪는 다른 수도권 저축은행이나 지방 저축은행을 M&A하는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이는 전날 업계 10위권인 상상인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데다가, 페퍼저축은행은 가까스로 조치를 유예받으며 업계 구조조정 압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2위인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에 이어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둘 중 하나만 인수에 성공해도 OK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을 제치고 자산 기준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저축은행 부실 털어내기도 계속 진행한다. 금융당국은 우선 저축은행 업권 전문 부실채권(NPL)관리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또 속도가 나지 않는 부동산 PF 정리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정상화 공동펀드를 조성 운영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경영난으로 서민 대출 공급이 줄어들지 않게 지원 방안도 강화한다. 특히 저축은행 중·저신용자 대출인 ‘사잇돌 대출’의 주 공급 대상을 기존 ‘신용 하위 30%’에서 ‘신용 하위 50%’로 확대하고, 정책서민금융상품인‘햇살론’취급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과도하게 엄격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현행 M&A 기준을 합리화해 수도권 내 취약 저축은행들이 추가로 M&A 허용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방안으로 업계가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