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먹기" VS "공정심사"…전북 '13억 문화단체 지원' 속앓이 왜

지난해 8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린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강은일 해금플러스'가 공연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무관함.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린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강은일 해금플러스'가 공연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무관함. 연합뉴스

“문화·예술 육성” 2010년부터 추진 

K컬처를 앞세워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에 선정된 전북특별자치도가 이달 말 ‘2025년 문화·예술 전문단체 지원 사업’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속앓이하고 있다. 일각에서 “전북도가 심사도 하기 전에 이미 지원 대상과 금액을 정한 것 아니냐”며 이른바 ‘나눠 먹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오해”라며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고 일축했다.

전북도는 22일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 보호·육성 의무가 담긴 문화예술진흥법 등에 따라 2010년부터 매년 도비로 문화·예술 전문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올해도 지난해 12월 사업 모집 공고를 낸 뒤 지난 1월 6일~20일 신청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원 100명 이상 전북 소재 비영리 법인·민간 단체로서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활동 중인 문화·예술 단체가 대상이다. 전체 사업비는 13억원이다.

올해는 85개 단체(92개 사업, 총 28억3600만원)가 신청했다. 신규 단체도 26개가 포함됐다. 도내에선 전주가 63개로 가장 많고, 익산 7개, 군산 6개, 고창 4개 등이다.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 전문 단체 지원 사업' 심사 기준·방법.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 전문 단체 지원 사업' 심사 기준·방법.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심사 전 이미 단체·금액 결정” 주장

외부 심사위원 13명은 지난달 19일 오후 2~6시 전북도청에서 공연(연극·음악·무용·국악)·시각(미술·사진)·다원 예술(문학 등 복합) 분야로 나눠 사업 계획서 등을 평가했다. ▶사업 추진 능력 ▶기여도와 파급 효과 ▶사업 계획의 충실성·타당성 ▶예술적 창의성 등 심사 기준에 따라 우수(80점 이상), 양호(70~79점), 보통(60~69점), 미흡(59점 이하)으로 점수를 매겨 증액·동일 지원·감액·미지원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단체별로 500만~1억원씩 차등 지원하지만, 선정 단체마다 평균 1500만원가량 받게 된다는 게 전북도의 설명이다. 사전 심사에서 선정된 79개 단체(85개 사업) 중 도 예산과가 주관하는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최종 지원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익명을 원한 한 외부 심사위원은 중앙일보에 “심사 때 가보니 이미 선정 단체와 지원 금액까지 결정돼 있어서 심사표에 사인하고 수당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전북도 안팎에선 “도의원 등이 담당 국·과장에게 부탁하면 심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기존에 지원금을 받은 단체는 계속 선정되고, 신규 단체는 지원받기 어렵다” 등의 지적도 나온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 앞서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 앞서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道 “내부 검토 후 가안 표기…참고용”

이와 관련, 전북도는 “평가 과정에 외부 입김·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도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100개 가까운 단체를 평가하려면 며칠이 걸리는 애로점이 있다”며 “이에 일부 심사위원 요청으로 사전에 도 실무 부서에서 두세 달에 걸쳐 지원 자격이 되는지, 심사 기준에 맞게 서류를 만들었는지 등을 자체적으로 검토해 장애인·청년·신규 단체 가점 등을 부여해 잠정적으로 선정 단체와 적정한 지원 금액을 가안으로 정한 뒤 심사 당일 배점표 옆 ‘의견 제시란’에 연필로 적어놓는다”고 설명했다. 의견 제시란에 적힌 건 확정된 단체·금액이 아닌 어디까지나 ‘참고용 예시’일 뿐이고, 심사위원들이 각자 전문성·식견 등을 바탕으로 소신껏 채점한다는 취지다.

특히 성폭력이나 보조금 횡령 등 문제가 드러난 단체는 비고란에 탈락 의견을 적시한다고 한다. 도 관계자는 “심사 전에 이런 사정을 외부 심사위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한다”며 “분야마다 심사위원 두세 명이 점수를 주기 때문에 도 실무 부서나 위원 한 사람이 단체 선정을 좌우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 전문 단체 지원 사업 선정 현황.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최근 5년간(2021~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 전문 단체 지원 사업 선정 현황.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적은 전문가 풀, 짧은 심사 시간 개선”

한편, 전북도가 공개한 최근 5년간(2021~2025년) 선정 현황에 따르면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신규 사업이 20%에 달했다. 지난해 공모 땐 103개 단체(111개 사업) 중 78개 단체가 선정됐다. 이들 단체의 84개 사업 중 신규 사업이 19건(23%)이다. 이 중 ‘제53회 정기 공연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로 8500만원을 받은 호남오페라단이 최고 액수를 기록했다. 10년 이상 된 공연도 적지 않았다. ‘제51회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2700만원), ‘제32회 전북소극장연극제’(4100만원), ‘제11회 전북창작음악대전’(2500만원) 등이다.

도 관계자는 “과거엔 도의원 등이 자기 지역구 단체를 잘 챙겨달라는 부탁이 많았지만, 요즘엔 그런 전화가 가끔 와도 ‘심사 기준이 강화돼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며 “다만 외부 전문가 인적 풀이 적고, 대상에 비해 심사 시간이 짧은 점 등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