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반사이익' 캐나다 자유당, 내달 조기총선 승부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세인트존스에서 열린 자유당 선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세인트존스에서 열린 자유당 선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캐나다에 '관세폭탄' 부과를 압박하는 가운데 캐나다 집권당인 자유당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다. 당초 인기가 없어 보수당에 정권을 내주는 게 확실시되던 자유당이 트럼프의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의 반사이익으로 지지세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상황에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메리 사이먼 총독에게 연방의회 해산을 요청하고 오는 4월 28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선거법에 따라 선거는 10월 20일까지 치러져야 하는데, 이를 6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당하지 않은 무역 행위와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우리는 일생일대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조기 총선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캐나다가 실제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를 무너뜨려 소유하려 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관세, 국경까지…캐나다 '반미' 폭발

2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네이선 필립스 광장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네이선 필립스 광장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자유당을 이끌던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는 집권 9년여간 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 문제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자유당은 지난 1년 내내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에 크게 뒤처져 다음 선거에서 패배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지난 1월 트뤼도 전 총리가 물러나고 캐나다에서 반미 정서가 강해지면서 판세는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시행했다가 자동차를 비롯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한해 내달 2일까지 25% 관세 적용을 유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부터 캐나다를 비롯해 모든 무역 상대국에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거듭 언급하기도 했다. 


캐나다에선 미국 여행 취소가 늘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등 반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에 걸쳐 있는 '해스켈 도서관과 오페라 극장'에 대한 양국 국민의 자유 왕래가 단절되면서 캐나다인의 감정이 폭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해당 건물은 의도적으로 국경에 지었는데, 도서관과 오페라 문대는 캐나다에 있고 정문과 오페라 좌석은 미국에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동안엔 캐나다인이 세관 신고 없이 미국의 정문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트럼프 행정부 측이 이를 차단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은 이날 BBC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가장 큰 고객이다. 캐나다는 중국과 일본·영국·프랑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미국인들에게 사고 있다"며 "무역 전쟁의 승자는 결국 캐나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트럼프에 맞설 수 있나"

캐나다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레 대표가 23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스요크에서 열린 선거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레 대표가 23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스요크에서 열린 선거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당은 애국심을 자극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 여론조사기관 아바쿠스데이터의 데이비드 콜레토 의장은 "지난 1월 이전엔 트뤼도가 캐나다인의 '마음 속 악당'이었지만, 지금은 트럼프"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를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선거가 될 것"(AP통신)이란 전망도 나온다.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도 최근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해야 하며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선 지난 2021년 총선보다 5명 늘어난 343명의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캐나다에선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정부를 구성하고 총리를 선출한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자유당과 보수당 중 어느 한쪽도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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