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70㎞ 강풍에 “미사일 불길 위험”…내일도 거센 바람 분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시속 70㎞에 이르는 강풍이 다시 불면서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에 비가 내리는 27일 전까지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큰불이 번질 위험이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북 전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건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후부터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 산지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15m(시속 54㎞)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강원 산지에는 초속 20m(시속 72㎞)가 넘는 돌풍이 불면서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경북 동해안과 산지에는 강풍 예비특보가 발표됐다.

전날 다소 잦아들었던 바람이 다시 거세진 건 한반도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한 ‘남고북저’ 기압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일본 규슈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위로 저기압들이 하나씩 지나가면서 기압경도력(기압 차 때문에 발생하는 힘)이 증가해 바람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ASA의 지구 관측 위성에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연기가 포착됐다. NASA 제공

NASA의 지구 관측 위성에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연기가 포착됐다. NASA 제공

특히 산불이 발생한 지역은 고도가 높기 때문에 지형적 영향으로 바람이 더 거세진다. 지난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군 산불은 이날 정오에 진화율이 70%까지 올라갔다가 강한 바람과 돌풍으로 인해 산 정상의 불씨들이 재발화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길은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야산까지 번진 상태다. 울산 울주군과 경남 산청군에도 대형산불에 해당하는 산불 3단계가 발령 중이다.

25일 바람 더 거세진다 “불길 미사일처럼 번질 수도”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25일에도 오후부터 강원·경북 동해안과 산지를 중심으로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예고돼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의성군 단촌면의 경우 소나무의 밀도가 최대 90%에 달하는 사면도 있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불길이 미사일처럼 날아다닐 수 있다”며 “주민들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키는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풍과 함께 고온 건조한 날씨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도 서울의 한낮 기온이 21.3도를 기록하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경북 구미는 평년보다 12도 높은 26.4도를 기록했다. 25일에도 전국의 한낮 기온이 최대 26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건조 특보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7일 전국에 비…기온도 내려갈 듯

26일부터는 건조한 서풍 대신 고온다습한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면서 습도가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늦은 오후부터는 제주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밤에 남해안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7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린다. 기상청은 “27일은 오후까지 전국에 비가 내리겠고, 충청과 전라, 경상, 제주도에는 밤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이와 함께 기온도 평년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산불 위험도 내려갈 전망이다.

“초유의 대형산불 3개 발생…기후변화 대비” 

산불은 보통 봄철에 발생할 위험이 가장 크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산불의 65%는 봄철에 발생했으며, 월별로는 3월이 가장 잦았다. 

전문가들은 고온건조해진 겨울로 인해 초봄에 대형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 전문위원은 “지난주만 해도 전국에 많은 눈이 내렸지만, 일주일 사이 급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건조해지면서 대형산불 3개가 동시에 터지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며“기후변화로 인한 대형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