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심판 선고 늦어지자…조기대선 준비하던 與찬탄파 뒤숭숭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천안함 폭침 15주기를 하루 앞두고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찾아 전사자들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2025.03.25.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천안함 폭침 15주기를 하루 앞두고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찾아 전사자들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2025.03.25.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특히, 조기 대선을 준비하던 찬탄파(탄핵 찬성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 찬탄파는 늦어도 3월말쯤 선고를 예상하고 스텝을 밟아왔다. 책을 발간하고 강연에 나선 것도 조기 대선을 겨냥한 공개 행보였다. 그러나 선고가 늦어지며 이들 내에서도 “이러다 탄핵 인용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국회에서 죽을 때까지 단식 투쟁을 하겠다”고 했던 찬탄파 김상욱 의원은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재가 정치적 고려를 한다는) 우려들을 많이 하고 계신다.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찬탄파 의원은 “헌법재판관들이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왜 이렇게 빨리빨리 진행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비상계엄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판단하면 나라가 어떻게 가겠나”라고 토로했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이 ‘5(기각) : 2(각하) : 1(인용)’로 기각되면서 친윤계에선 “윤 대통령 직무 복귀 가능성이 더 커졌다”(윤상현 의원)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현재의 여론, 헌법재판의 구조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라 기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친한동훈계 의원도 “여전히 인용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여론상 기각이나 각하의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찬탄파 대선 주자들은 지지층을 의식해 ‘조기 대선’에 관한 말을 아끼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권 행보’라는 평가에 대해 “어폐가 있다”고 선을 그은 뒤 “헌재 결정이 남아 있는데 특정 방향을 두고 정치공학적 얘기를 미리 드리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전망에 대해서도 “헌재가 헌법 정신과 헌법 절차에 맞는, 대한민국 국격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중앙대 강연을 마친 뒤 “헌재가 공정하게 결정을 내려줄 거라고 믿고 차분히 지켜보겠다”고만 말했다.


대신 이들은 26일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에 대해선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한 전 대표), “당연히 유죄가 될 것”(유 전 의원)라고 메시지 강도를 높였다.

당내에선 “헌재 선고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일인 4월 18일 이후까지 늦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한 대행 결정문을 보면 재판관들 입장이 팽팽하게 갈렸다”며 “이런 상황에서 (헌재 소장 권한대행인) 친야 성향의 문 재판관이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선고를 안 하고 넘겨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지명 몫인 두 재판관 임기가 만료될 경우 후임 재판관 임명 문제를 놓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 6인 체제’가 장기화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무기한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가운데)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5.03.24.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가운데)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기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