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그타르트의 고향이 리스본이다. 포르투갈에서는 '파스텔 드 나타'라고 부른다. 리스본 여행의 행복은 '1일 1에그타르트'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아내의 여행

리스본의 낭만을 상징하는 노란색 빈티지 트램. 끼익 소리를 내며 코너를 돌 때마다 영화 속으로 빠져 드는 것 같았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트램을 탈 때마다 나는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비좁은 골목을 오를 때면 숨이 멎는 듯했고, 덜컹거리며 언덕을 내려올 때면 꼭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총 6개의 트램 노선이 도시 구석구석으로 뻗어 있어, 리스본의 낭만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하루는 트램을 타고 리스본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알파마에 갔다. 알파마는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도 알파마만은 무너지지 않았단다. 덕분에 담벼락마다 화려한 아줄레주 타일이 남아 있었다. 마을 언덕에 섰다. 파스텔톤으로 빛이 바랜 집들과 푸른 테주강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였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테주강은 바다처럼 넓다. 푸른 테주강이 리스본의 알록달록한 집들과 잘 어울린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한번은 중산층이 많이 산다는 지역의 카페에 갔다. 어설픈 포르투갈어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조금 섞은 ‘핑가두(포르투갈식 라떼)’와 ‘아바타나두 콩 젤루(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러나 내가 건네받은 건 우유 없는 에스프레소와 얼음 없는 아메리카노였다.
중년의 종업원이 ‘쳇, 네가 말한 그 음료가 어떤 건지나 알고 주문하는 거야?’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내려다봤다. 우리가 한 달 내내 핑가두와 아바타나누 콩 젤루만 마시고 다닌 여행자라는 걸 불행히도 종업원은 모르고 있었다. 종민이 우유와 얼음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친 덕분에 나는 겨우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김은덕 think-things@naver.com
남편의 여행

살 찔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매일 다른 가게의 에그타르트를 맛봤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알고 계시나. 에그타르트의 고향이 바로 리스본이다. 포르투갈에서는 ‘파스텔 드 나타(Pastel de Nata, 이하 ‘나타’)’라고 부른다. 호두과자도 천안에서 먹으면 더 맛있듯, 리스본에서 먹은 ‘나타’도 맛이 남달랐다.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게 커피와 궁합이 잘 맞았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으로 커스터드가 넘칠 듯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타는 리스본 외곽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18세기 초에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보수를 위한 접착제로 달걀흰자를 사용하다가, 남은 노른자 처리를 위해 나타를 만든 게 시초다. 1834년까지만 해도 에그타르트 레시피는 수도원만의 비밀이었다. 종교 단체 해산령으로 수도원이 문을 닫으면서 에그타르트 레시피가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éis de Belém)’이라는 빵집에 팔렸단다. 오늘날 리스본을 방문하는 여행자 대부분이 이곳에서 당을 충전한다. 빵집으로선 로또를 맞은 셈이다.

리스본을 대표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이른 아침부터 방문객들로 긴 줄이 이어진다. 수도원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호카곶의 벼랑 앞에 섰다. 포르투갈 전통적인 범선 캐러벨(Caravel)을 타고 대양으로 나가는 15세기의 탐험가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발아래로 검푸른 파도가 140m 높이의 절벽을 때리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문구를 새긴 표석이 벼랑 앞에 세워져 있었다. 포르투갈 대문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문장이다. 육지에 안주하는 이들에게 이 풍경은 공포의 끝자락이겠지만, 탐험가들에게는 이 절벽을 떠나 인도 항로와 지구 일주를 완성했던 시작점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렸다.
백종민 alejandrobaek@gmail.com

유럽 대륙의 최서단 호카곶. 낭만에 젖은 여행자들이 대서양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사진 김은덕, 백종민
리스본 한 달 살기

신재민 기자
날씨 : 사계절 모두 추천
언어 : 포르투갈어
물가 :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
숙소 : 800유로 이상(시내 중심부, 방 한 칸)
부부 여행작가 김은덕, 백종민

김은덕 백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