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중국에 축구 진다…연령별 대표팀 '샛별' 풍년인데 왜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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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지난 23일 U-22팀 경기에서 공을 다투는 한국(오른쪽)과 중국 선수.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 23일 U-22팀 경기에서 공을 다투는 한국(오른쪽)과 중국 선수.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가 중국에 ‘또’ 충격패를 당했다. 지난 23일 한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중국 장쑤성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중국 U-22팀에 0-1로 졌다. 경기 내내 밀렸고, 후반 41분에 실점했다. 유효슈팅도 2대 7로 뒤졌다. 한국 U-22팀은 앞서 20일에도 베트남 U-22팀과 1-1로 비겼다.

놀랍게도 국내 축구계가 받은 충격은 크지 않은 듯하다. 최근 연령별 대표팀 경기에서 중국에 지는 게 다반사라서일까. 한국 U-17팀은 지난해 한중교류전에서 1-4로 참패하는 등 최근 중국전 2무1패다. U-20팀도 지난해에 중국에 0-2로 졌다. 그 전 해에는 U-23팀이 중국에 0-1로 졌다. 한국만 만나면 벌벌 떤다는 중국의 ‘공한증(恐韓症)’은 옛말 같다. 되레 한국 축구 젊은 세대의 ‘공중증(恐中症)’을 염려할 판이다.

역설적으로 한국 축구는 최근 ‘샛별’ 풍년이다. 양민혁(19·QPR), 윤도영(19·브라이턴), 김지수(21·브렌트퍼드), 배준호(22·스토크시티) 등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누빈다. 문제는 한국 연령별 대표팀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 U-22팀을 이끈 이창현 감독은 “편파판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더니 “준비가 부족했다. 주된 대회 참가 목적은 우승이 아닌 선수 선발”이라고 말했다. 더 황당한 건 이 감독이 정식감독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4월 황선홍 감독이 이끈 U-23팀이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로 1년 가까이 감독을 선임하지 않았다. U-22팀이 출전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코앞이다. 잇단 중국전 패배는 연령별 대표팀을 방치한 결과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지난 12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설현황 미디어 브리핑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난 12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설현황 미디어 브리핑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는 “차기 집행부가 출범한 뒤 새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U-22팀 감독을 뽑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몽규 회장 당선 한 달이 지나도록 대한체육회가 인준하지 않아 임기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독이 공석인 것도 그래서 동아시아 축구의 ‘동네북’이 된 책임도 체육회에 돌린다. 감독을 뽑아도 결제받을 수 없다는 변명이다. 황 감독 퇴임 후 1년 가까이 뭘 했다는 얘기인가.


이달 개막 예정이던 초중고 주말 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미이행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축구협회에 지원금을 주지 않아서라고 한다. 미이행 책임은 문체부에 있을까, 축구협회에 있을까.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가 돼도 권한대행 체제로 모든 행정이 돌아가는 대한민국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0일 한국-오만전 킥오프 5시간 전 ‘투명, 정도, 책임 3대 행정 혁신안 마련’이라는 뜬금없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80위 오만과 1-1로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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