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죽을 것 같은 공황 공포, 이럴 땐 펜 들어라

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는 고통의 호소가 드물지 않다. 바쁜 업무일정 속에서 여느 때와 같이 야근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해서 넥타이를 풀고 심호흡을 해보아도 별로 소용이 없다. 가슴이 답답해서 질식해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고통이 엄습해 어렵게 응급실에 갔지만 명확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하고, 숨차고 가슴답답한 증상도 나아져서 일단 귀가했지만 이후에도 유사한 증세가 몇 차례 다시 발생하였다. 출퇴근 시 지하철에서도 증상이 나타나 지하철 탑승을 주저하게 되었다.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지속되어 일상생활 속에서도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고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도 피하게 되어 생활반경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상 제약으로 조절된다는 건 착각
우리가 불안을 경험할 때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배가 불편해지는 등의 신체증상이 동반되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의 생각들이 함께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공황발작의 경우에는 좀더 증상의 강도가 강해 심호흡을 하려고 해도 별로 숨막힘이 나아지지 않고 시야가 흐려지거나 좁아지고 명치가 답답하거나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공황장애에서의 공황발작은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어, 예컨대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다가도 시작될 수 있다. 강렬한 신체증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이 상황과 나의 상태를 통제할수 없을 것 같고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것 같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것 같고 이러다가 큰일이 생길 것 같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 결과 걱정과 공포감이 더욱 강화된다.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공황발작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예기불안에 시달리면서 역설적으로 공황증상의 재발생에 더욱 취약해지기도 한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lee.yoonchae@joongang.co.kr

그래픽=이윤채 기자 lee.yoonchae@joongang.co.kr

뿐만 아니라 공황발작의 결과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고 나아가 이전의 공황발작 경험과 관련된 상황·장소를 회피하고 공황발작에 동반되는 신체증상을 회피하기 위한 안전행동(숨이 찰수 있으므로 운동을 피하거나, 광장 공포가 있는 사람이 음식점에 가면 필요시 바로 뛰쳐나갈 수 있게 출입문 옆에 자리를 잡는 등)에 기대는 등의 행동변화가 동반된다.

공황발작을 반복하여 경험하면서 생활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 번째로 다음의 사항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신체항진 증상이 나의 주의를 끌기 시작하고 이것이 또다른 공황발작의 시작점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 공포가 커지고 신체항진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렇게 교감신경 항진이 지속되면 뒤이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신체항진은 결국 완화된다. 공황발작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자연 종료된다. 불안을 경험하고 있지만 억지로 떨쳐내려 하지 않고 내 일상의 활동을 수행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고 불안은 지나간다.”


두 번째로 공황 일지를 기록하여 내 공황증상의 패턴과 관련요인을 파악한다. 공황발작에는 대부분 자극요인이 선행한다. 공황발작에 선행하는 자극요인은 신체감각의 미세한 변화와 같은 일견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공황발작의 발생을 스스로 관찰하고 공황 일지(panic log)에 ① 공황발작이 발생한 날짜·시간·장소·당면상황, 마음속으로 떠올랐던 연상이나 기억 ② 내가 느낀 신체감각(예를 들면 벽속에 갇힌 듯 답답하고 시야가 흐려지고) ③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숨이 막힐 거야, 나는 견딜 수 없을거야 등), ④ 내가 느낀 감정 ⑤ 내가 했던 대처행동(예컨대 혼란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조절하지 못함, 운전을 그만두고 택시를 불렀음 등)을 한줄씩 기록해 본다.

공황일지를 검토하며 자신의 공황발작이 아무 일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발작 관련요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조절을 시도함으로써 회피행동이나 안전행동에 기대고 활동반경이 감소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공황증상의 완화와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공황발작 중 자동적으로 떠올랐던 염려와 걱정이 현실화되었는지 확인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황증상에 대한 대안적 해석·가설(예컨대 ‘이 증상은 지나갈 거야, 불안은 불편하지만 나에게 해롭지는 않아, 이전에도 공황발작을 경험했지만 정신을 잃지는 않았어’)을 만들어내고 다시 공황증상이 나타날 때 대안적 해석·가설을 떠올려 보고 어떠한 감정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정신력과는 아무 관계없어
세 번째로 일상활동 중 공황발작의 재발생에 대한 걱정으로 피해오던 활동들 중, 유발되는 공포·고통감의 강도가 보다 낮고 자신이 시도해볼 만한 마음이 생기는 정도가 큰 활동부터 한 가지씩, 점진적으로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한 신체항진과 불안·공포감을 100점 만점으로 점수 매겨 보고, 다음에 다시 일상활동을 시행하고 신체항진과 불안·공포경험의 강도를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면서 공황증상의 재발생에 대한 걱정으로 회피해온 일상활동을 여러 사이클에 걸쳐 시행하는 가운데 신체항진과 공포감의 강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검토해 본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공황증상의 회피가 아닌, 공황증상으로부터 일상생활의 자유와 생활기능을 회복하는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신력’을 강조하면서 무리하게 자신을 밀어붙기기보다는. 필요시 지역사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와의 상담과 진료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