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美 무역 장벽 지목된 ‘망사용료·플랫폼법’…대응 어떻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의 망 사용료 부과와 정부의 플랫폼법 추진,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등을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다. 국내 정보·통신(IT) 업계는 “새로운 내용은 없다”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각국의 무역 장벽을 명분 삼아 ‘상호 관세’ 부과를 언급한 상황이라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미 무역대표부(USTR)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NTE 보고서는 미 1974년 통상법(Trade Act of 1974)에 따라 USTR이 매년 발표하는 것으로, 미국 기업들이 겪는 다른 나라의 무역 장벽을 상세히 기술한 보고서다. 올해는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나온 보고서인 데다 공개 시점이 상호 관세 부과를 공언한 오는 2일 직전이라 관심이 더욱 커졌다. 보고서는 한국에 관해서 약 7페이지 분량으로 서술했다. 특히 여기엔 국내 IT업계가 민감해하는 사안들이 다수 담겨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보고서 캡처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 보고서 캡처

 

미국이 지목한 IT 무역 장벽은?

①망 사용료: 보고서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트 사업자(CP)가 국내 ISP에 지급하는 대가인 망 사용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이는 구글과 넷플릭스, 트위치 등 미국계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왔던 사안이다. USTR도 2022년부터 4년 연속 보고서에 이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ISP는 CP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국 CP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국 경쟁 업체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ISP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인데, 이들은 각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 티빙, U+모바일tv 등을 직접 운영하거나 관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경쟁이 제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이에 대응해 이른바 ‘망 무임승차 방지’(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입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회에도 이미 구글처럼 영향력이 큰 CP가 망 사용료를 회피하는 문제를 막기 위한 법안 두 건이 계류 중이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계 CP들이 압도적으로 트래픽을 차지하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며 “다만 구글처럼 망 사용료를 거부하는 빅테크 기업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이 필요한 상황인데, 통상 마찰 우려로 입법이 불투명해지고 있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②플랫폼법: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 법안은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달리 사전 규제 대상 플랫폼을 지정하지는 않지만, 점유율과 이용자 수 등을 파악해 ‘지배적 사업자’로 사후 추정하고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이 제안은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 미국 대기업에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변수가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진의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일단 지켜보면서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유럽 DMA에 대한 움직임을 보고 대응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지도 데이터: 한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반출을 불허하고 있는 고정밀 지도 문제도 보고서는 언급했다. 교통 정보와 내비게이션 길 안내와 같은 IT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거듭 요구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업계에선 국내가 아닌 해외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국내법 위반이라 허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언급한 이슈들이 양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만큼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주희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장벽을 상호 관세의 근거로 삼겠다고 언급했지만, 이 보고서가 지목한 모든 이슈가 근거가 될 순 없다”며 “미국의 상호 관세가 시작된 이후 사안을 대응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