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 붕괴…의대협 "포기 않겠다" 의대생들 "어쩌잔거냐"

정부가 제시한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했던 전국 의대생들이 속속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캠퍼스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정부가 제시한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했던 전국 의대생들이 속속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캠퍼스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주요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면서 1년 넘게 이어진 의대생 휴학 투쟁의 동력이 급격히 꺼져가고 있다. 투쟁을 이끌어온 의대생 단체도 명확한 향후 방침을 제시하지 못하자, 학교별로 제각각 투쟁 지속 여부 및 방식을 투표로 정하는 등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대회원 서신을 내고 “의대협은 회원들이 꿈꾸는 의료의 모습을 규합하지 못한 것에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교육부와 그에 굴종한 학교로부터 적법한 휴학원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크나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동맹휴학’ 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왔다. 앞서 지난 27일 전국 40개 의대 중 38개 의대생 대표가 이름을 올린 성명서에서도 “적법한 휴학원을 우리 스스로 찢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기존 (미등록 휴학)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서신에서는 “휴학원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사과한다”면서 사실상 단일대오 붕괴를 인정했다. 정부와 각 대학이 제시한 복귀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빅5 병원’(5개 주요 대형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서울대·울산대·성균관대·연세대·가톨릭대와 고려대 등에서 학생들이 복귀를 택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30일 배포한 대회원 서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30일 배포한 대회원 서신.

 
다만 의대협은 투쟁 종료나 방식 전환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서신에서 의대협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시 회원들의 평등한 조처를 모으겠다”면서 “학생들이 모이는 한, 의대협 역시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명확한 투쟁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어떻게든 집단행동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만 강조한 것이다.  


휴학 투쟁을 이어갈 경우 유급·제적 등의 불이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 의대협을 향해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의대생 A씨는 “애초에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 등 각종 요구를 학생들 휴학으로 얻어내겠다는 발상부터 무리했다”며 “2026학년도 정원 동결을 얻은 것으로 휴학 투쟁은 일단락됐어야 하지만, 강경파 지도부가 투쟁 방향을 재설정하자는 의견은 묵살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대 신입생 B씨도 “제적되면 의대협이 책임져줄 것도 아니면서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날 의대생·의사 전용 커뮤니티에도 의대협 서신을 두고 “구체적인 지침이나 계획도 없고 무책임하다” “제대로 법적 보호할 자신이 없다면 등록하는 쪽으로 (지침을) 전환해라”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한 의과대학. 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한 의과대학. 뉴시스

 
대표성 있는 단체의 방향 설정이 없는 가운데, 학교별로 투쟁 양상이 제각각 달라질 전망이다. 증원 폭이 컸던 비수도권 의대 중에는 여전히 강경파 주도로 ‘미등록 휴학’ 방침을 유지 중인 곳들도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대의 칼끝은 내 목을 겨누고 있는데,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느냐”고 적으며 복귀한 의대생들을 비판, 단일대오 유지를 강조했다.  

이런 압박 속에 일단 학생들이 등록은 했지만, 재휴학 및 수업거부로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연세대 학생 비대위는 “1학기 투쟁 방향성은 ‘등록 휴학 및 수업거부’임을 말씀드린다”며 “아직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학칙상 30일 연속 무단결석 시 자동 제적되는 건양대 학생들은 31일 하루만 수업에 출석해 제적을 피한 뒤, 다시 수업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