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운용사들이 꼽은 유망 미국기업
경제+
지난해까지 미국 주식은 ‘투자 불패’로 통했다. 엔비디아·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만 사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나 중국의 첨단 기술 추격 등 변수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외면할 순 없다. 성장하는 첨단 기술 기업이 몰려있는 데다 소비도 여전히 탄탄해서다. 이에 머니랩은 복잡한 투자 지형 속에서 성장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미국 대표주를 소개하는 [서학톱픽] 시리즈를 준비했다. 국내 5대 운용사(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신한자산운용)에 의뢰해 유망 기업 10곳씩을 추천받아 공통된 종목을 골랐다. 이 중 가장 많은 3곳의 추천을 받은 브로드컴과 일라이릴리를 소개한다.

그래픽=김호준 주이안
이 중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영역은 ASIC이다. 각 기업이 가진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이나 서비스에 맞는 반도체를 설계한다. 엔비디아가 ‘명품 기성복’이라면 브로드컴의 ASIC는 ‘맞춤 정장’이라 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범용 제품은 다양한 고객과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필요 없는 기능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전력 소모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훈련은 1년에 한두 번 진행되지만, 추론은 실시간 연산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며 “추론 시장이 커지면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받은 인프라 소프트웨어 분야도 성장성이 기대된다. 브로드컴은 최근 소프트웨어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솔루션보다 마진이 높은 데다 구독 모델을 통해 매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대의 서버를 여러 개처럼 나눠 쓰는 ‘서버 가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브이엠웨어를 인수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브로드컴은 브이엠웨어를 인수한 뒤 절반 가까운 인원을 해고하고, 상품군을 고가의 구독형 모델로 재편했다. 브로드컴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65.9%까지 올라간 이유다. 신한자산운용 오규찬 글로벌투자운용본부장은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시킨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역할을 하는 테크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주원 기자
노보보다 성장 가파른 일라이릴리
올해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받는 상황에서 저력을 보여준 분야는 헬스케어 업종이다. 올해 미국의 헬스케어 섹터는 나 홀로 5.1% 상승하면서 에너지, 금융 등 내로라하는 업종의 상승률을 제쳤다. 헬스케어 업종 중 운용사들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종목은 일라이릴리다. 릴리는 덴마크 기업인 ‘노보노디스크(노보)’에 이어 비만·당뇨치료제 시장 2위 기업이다. 노보는 ‘위고비(Wegovy,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를, 릴리는 ‘젭바운드(Zepbound, 성분 티르제파타이드)’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신재민 기자
이로 인해 젭바운드 매출은 2024년 4분기 19억720만 달러(약 2조8000억원)로 1분기보다 3.6배 이상 늘었다. 위고비 매출이 2024년 4분기 198억6600만 크로네(약 4조2000억원)로 1분기보다 약 두 배 는 것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신재민 기자
이에 비해 릴리는 올해 굵직한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알약 형태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만약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제2형 당뇨 환자 대상 3상 임상 중간 결과(2025년 2분기 중), 비만 환자 대상 3상 임상 중간 결과(3분기 중)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임상 결과 발표 이전부터 기대감이 반영되며 서서히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보의) 경구형 위고비는 기존 위고비보다 73배나 많은 원료가 필요해 대량 출시가 제한적인 데 비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릴리의 12개월 선행 PER은 35.9배로 2024년 6월 말(66.23배)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김동희 부매니저는 “성장주보다는 방어주로 관심이 쏠리면서 헬스케어 섹터가 더 나은 흐름을 보이는 국면이 적어도 한두 분기 정도 더 지속할 것”이라며 “릴리는 성장주이면서 헬스케어 섹터의 방어적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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