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늦은 밤(현지시간),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만난 주민들은 잠을 청하지 못한 채 울먹이고 있었다.
이틀 전 규모 7.7의 강진이 직격한 도시의 풍경은 처참했다. 대로변을 플래시로 비추자 무너진 건물과 가옥이 차례차례 눈에 들어왔다. 생존자를 찾기 위한 구조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굴삭기와 같은 장비는 거의 보이질 않았다. 동네 주민들이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맨손으로 잔해를 뒤지고 있었다. 가족과 지인을 애타게 찾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울렸다.

30일(현지시간) 강진 피해가 심각한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주민들이 여진 피해를 우려해 야외에서 밤을 지새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불교국가인 만큼 상당수 주민은 승려들의 안전부터 걱정했다. 한 주민은 “하필 ‘빨리 시험’(경전 시험)이 있는 날이었는데, 시험장인 건물이 무너져서 스님들이 너무 많이 돌아가신 것 같다”고 울먹였다.
모스크에서 예배를 보던 무슬림도 참변을 당했다. 미얀마 당국에 따르면 전국의 모스크 중 50곳 이상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 라마단 기간을 맞아 기도하기 위해 모인 수백 명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지 방송에선 "(만달레이의) 원드윈 마을에 있는 한 의류 공장이 붕괴하면서 작업 중이던 직원들이 모두 매몰됐다"고 전했다.

30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취재진이 강진이 덮친 미얀마 네피도 외곽 핀나마의 붕괴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이도성 특파원
여진까지 계속되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안은 컸다. 건물이 무너질까 봐 야외에 돗자리만 깔고 자려는 사람들이 상당했다. 낮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치솟다 보니 숨이 턱 막힐 만큼 밤공기도 뜨거웠다. 모기까지 극성이었다. 이를 피해 찜통 같은 차 안에서 ‘차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도로 균열 심해…“주택가 절반 쓰러져”
네피도에선 지진으로 에너지부와 외무부 청사, 국회의사당, 주택 75채 등이 파손됐다. 1000여개 병상이 있는 병원이 무너지면서 지진으로 다친 환자를 돌볼 장소도 마땅찮았다. 그러다 보니 마치 전시의 야전병원과 같은 장면이 현지에선 펼쳐지고 있었다.

30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수도인 네피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심하게 훼손돼 있다. 이도성 특파원
주택가로 들어갈수록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포착됐다. 파손된 건물이 절반 가량 줄을 이었고, 전신주는 꺾여서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한 학교의 벽돌 담은 형체를 찾을 수가 없을 만큼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반쯤 무너져내린 건물이 주저앉지 않을까 주민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지진으로 11살 조카를 잃었다는 한 50대 여성은 “지진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낮은 목소리를 냈다.

30일(현지시간) 강진으로 붕괴된 미얀마 핀나마 지역의 건물. 이도성 특파원
태국서도 구조 한창…드론 띄워 실종자 수색
30일 자정 가까이 도착한 사고 현장에선 구조대원들이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고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나오는 매캐한 분진 때문에 저절로 기침이 나오고 코를 막을 정도로 환경은 열악했다. 상공에선 드론(무인기) 2대가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30일 자정(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건설 중이던 감사원 신청사(30층 규모) 붕괴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위문희 기자

30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강진 피해 현장을 취재 중인 위문희 기자.
그는 “몇 달 동안 여진이 계속될 거라는 뉴스가 나오는데, 불안해서 공황장애가 올 지경”이라며 “부디 더 큰 피해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