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앞두고 관세 압박수위 높이는 트럼프 “모든 나라가 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로 돌아가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관세 정책과 관련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로 돌아가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관세 정책과 관련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로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일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경제ㆍ산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압박 강도를 전방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모든 국가가 (관세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와의 무역을 살펴보면 누구도 우리를 공정하거나 좋게 대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해당 국가에는 상당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외국산 자동차ㆍ부품에 25%의 관세를 4월 3일(한국시간 3일 오후 1시)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자동차 제조업체 사이에서 생산비용 상승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선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나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이제껏 본 적 없는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율 관세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이 나라는 어느 때보다 더 성공하고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답했다.

대미 무역흑자국 ‘더티 15’ 주 타깃 예상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는 4월 2일은 미국 교역 상대국의 대미 관세와 비관세 무역 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날이다. 특히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상당한 무역 흑자를 보면서 상당한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가진 국가를 거론하며 지칭한 ‘더티 15’가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15개국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국가들이 포함될 거란 관측이 많다. 관세 부과 실행 시 반도체ㆍ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 등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거란 우려가 크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韓·日·獨이 美를 차 조립국으로 전락”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약화시켰다며 자동차 관세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자동차 관세를 두고 “국가 안보 문제”라고 규정하며 “미국은 매년 1600만 대의 차량을 구매하는데 그중 절반은 미국산 부품이 없고 나머지 절반은 부품의 50%가 외국산”이라고 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독일, 일본, 한국이 미국을 (자동차) 제조 국가에서 조립 국가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독일과 일본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하고 부가가치가 크며 임금이 높은 부품을 우리에게 보내 조립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멕시코 모렐로스주의 닛산 CIVAC 공장에 주차된 차량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8일(현지시간) 멕시코 모렐로스주의 닛산 CIVAC 공장에 주차된 차량들. 로이터=연합뉴스

“상호 관세 대상국, 트럼프가 결정”

상호 관세 부과 대상국의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몫이라고 한다. 캐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몇 개 국가가 상호 관세 영향을 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미국은 약 15개 국가와 엄청나게 큰 무역적자가 있다”며 “그렇다고 전 세계에 다른 불공정 무역관행이 많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더티 15’ 국가가 관세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겠지만 그 외 상당수 국가들도 상호 관세의 영향권에서 피해가기는 어려울 거란 의미로 풀이된다.

WSJ “20% 보편관세도 고려돼”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의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며 “핵심은 미국 무역 파트너들에 대해 개별 관세율을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교역 대상 전반에 대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 공약으로 돌아갈 것인지 여부”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은 “최근 대통령 보좌진들은 최대 20%의 보편 관세 부과 방안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다만 (국가별) 상호 관세 계획도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고자 하고,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깨끗한 숫자’를 원한다. 크고 단순하기를 원한다”고 WSJ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내달 1일 제출할 예정인 무역정책 검토 자료를 토대로 관세 적용 범위를 확정해 다음날 발표할 계획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각국 대응책 고심…영 총리, 트럼프 통화

각국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관세 정책 등을 논의했다. 영국 총리실은 “협상은 이번 주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에 대해 “유럽의 목표는 여전히 협력”이라면서도 “미국이 철강ㆍ알루미늄 관세와 같이 선택의 여지를 안 준다면 EU는 하나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미 여론은 다소 비판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CBS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5%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관세가 미칠 물가 영향에 대해서는 77%가 ‘단기적 상승’을, 47%가 ‘장기적 상승’을 전망했으며, ‘장기적으로 물가 하락’을 전망한 이는 29%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