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와중에 병원 폭격" 통곡의 미얀마…재앙 아직 더 남았다

미얀마에서 진도 7.7의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맞이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30일(현지시간) 미얀마 지진을 최고 등급의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일반적으로 재난 발생 이후 첫 72시간이 '골든타임'으로 여겨진다. 

WHO는 성명에서 "긴급 대응 체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3급 비상사태'로 분류했다"면서 800만 달러(약 117억원)의 긴급 자금 모금에 나섰다. WHO 측은 "감염·합병증 위험이 매우 높은 외상 환자가 많은데, 의료 환경은 열악해 질병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한 승려가 무너진 탑 근처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한 승려가 무너진 탑 근처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여기에 전기와 식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질병 발병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향후 30일간의 긴급 의료 지원을 위해 800만 달러가 필요하다며 "생명을 구하고 질병 확산을 방지하며 의료 서비스를 안정화하기 위한 자금이 즉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과 국제구조위원회(IRC) 등도 긴급 지원에 나섰다. IFRC는 1억 스위스프랑(약 1669억원) 규모의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IFRC는 이날 성명에서 "향후 24개월 동안 10만명(2만 가구)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FRC 미얀마 지부는 훈련된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수색·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담요·방수포·위생 키트 등 긴급 구호 물품을 배급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2025년 3월 30일 러시아 구조대원들이 중국 구조대원들과 함께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이틀 이상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 누워 있던 여성을 잔해 아래에서 구조했다. AP=연합뉴스

2025년 3월 30일 러시아 구조대원들이 중국 구조대원들과 함께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이틀 이상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 누워 있던 여성을 잔해 아래에서 구조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조만간 계절풍으로 인한 우기가 찾아오는 등 구호에 악조건이 예상된단 점이다. IFRC는 "기온이 오르고 있는 데다 우기가 찾아와 2차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긴급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로렌 엘러리 국제 구조 위원회(IRC) 활동가도 이날 BBC에 "5월부터 본격적인 우기인데 (이르면) 4월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러리 활동가는 "지난해 미얀마가 심각한 홍수로 인해 주택과 병원 시설 등이 피해를 봤다"면서 올해 지진까지 겹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 "지진 와중에 군부가 병원 폭격"

 
강진 와중에도 미얀마 군사정권이 구조·구호는 소홀히 하면서 여전히 반군 폭격에 치중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3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군은 28일 강진 이후에도 반군을 상대로 3차례 공습을 했다고 민간단체 '자유 버마 레인저스'가 밝혔다. 한 반군 단체도 28일 강진 직후 정부군 공습으로 전투원 7명이 숨졌다고 AFP에 밝혔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조사위원은 "지진 피해자를 구하려 애쓰는 와중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누구라도 군부를 압박해달라"고 호소했다.

미얀마는 이미 4년 전부터 군부 쿠데타와 내전으로 의료·구호 시설은 파괴됐고, 교통·통신 등 기반시설도 망가졌다. 저항군이 장악하고 있는 만달레이 주변 지역은 군부 정권이 각종 물자 지원을 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지진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게 됐다.

세계 식량 계획 미얀마 지부 대표인 마이클 던포드는 독일 공영 매체 도이체벨레(DW)에 "도로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양곤에서 네피도까지 물자를 옮기는 데 예전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면서 "식량과 물, 안전한 거처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조 프리먼 국제앰네스티 미얀마 연구원은 성명에서 “이번 지진은 군사 쿠데타 이래 내전 격화로 300만명 이상 난민이 발생한 최악의 시점에 일어났다”고 짚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에 “병원을 폭격하고 원조 물자 제공자를 체포하는 군부가 국민을 위해 원조 물품을 제공한다고 믿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알렉산더 마테우 IFRC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복잡한 인도적 위기"라며 "국제사회는 대담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수색구조대가 3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수색구조대가 3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NYT "트럼프 지원 외쳤지만 대외원조 시스템 고장나"
중국·러시아·인도 등은 미얀마에 응급팀과 물자를 신속하게 보냈지만, 미국에선 상대적으로 지원이 더뎠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진 직후 "미얀마를 돕겠다"고 말했지만, 직원이 대규모로 감원된 국제개발처(USAID)가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USAID 기능을 축소한 영향 때문이다"면서 "미얀마를 돕기 위한 미국의 대외원조 시스템이 산산이 조각났다"고 짚었다. CNN은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얀마 원조 예산이 최소 5200만 달러(약 760억원) 삭감됐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