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이재명" 간만에 뭉친 與…尹심판 지연에 '친윤·친한 휴전론'

거대 야당의 대여 압박 전략에 내부 분열로 번번이 무너졌던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반(反)이재명’ 기치 아래 잠시 휴전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측근인 박정훈 의원은 친윤계와 친한계의 화해를 공개 제안했다. 그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대한민국의 주적은 이재명이다. 이재명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더 큰 가치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동지에 대한 미움을 거두자고 제안한다. 마음속으론 윤석열이나 한동훈을 더 미워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주적인 이재명과 싸울 수 있겠느냐”고 썼다.

 
친윤 성향의 김기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전장에서 단합하지 못한다면 역사에 어떤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며 “저는 그런 각오를 갖고 당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여당 의원의 국회의원 총사퇴 및 의회 해산 등 강경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내놓은 발언이었다.  

이같은 계파를 불문한 여권의 단일대오 강조 배경으론 ▶최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정치적 몸집이 더욱 커진 이 대표에 대한 두려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지연으로 인한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 가능성 등이 꼽힌다. 영남 중진 의원은 “지금의 여야 갈등은 서로의 생존이 걸린 체제 전쟁과 다를 게 없다”며 “이 대표의 대선 스케줄을 위해 온갖 위헌 법안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내부 싸움은 잠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줄탄핵' 언급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줄탄핵' 언급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간만에 똘똘 뭉쳤다. 이들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국무위원 전원 탄핵 추진 검토 소식에 30일 여당 초선 44명 전원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국정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의회 독재, 의회 쿠데타를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출신의 박성훈 의원이 초선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 비판 성명 발표를 제안하자 친윤 성향 의원들은 물론이고 김소희·안상훈·정성국 의원 등 친한계 의원도 찬성 목소리를 내 전원 명의의 성명이 나왔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3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자신들의 세미나 개최 소식만 올라오던 초선 의원 단체방이 거야의 폭주로 간만에 다시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을 전제로 몸풀기하던 여권 잠룡들도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지연되자 공개 행보를 줄이기 시작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란 여권의 공적(公敵) 앞에 잠시 내부 갈등이 잠잠해졌다”며 “다만,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이 재발할 불씨는 여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