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의 한 병원에 장례식을 위해 이송된 8명의 적월신사 응급 구조대원들의 시신 주변에 조문객들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유엔 직원, 구호요원, 의료진을 죽이고 모래더미에 한꺼번에 매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23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텔 알술탄 지역에서 유엔 직원 한 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15명을 한명씩 차례로 살해해 집단 매장했다고 밝혔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와 민방위대가 당일 새벽 총격에 숨진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던 중 이들의 차량이 이스라엘의 집중 포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차량에 탄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숨진 15명 중 8명은 적신월사 직원이었으며 6명은 민방위대원, 1명은 유엔 직원이었다고 적신월사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등은 밝혔다.
적신월사의 보건 프로그램 국장 다샤르 무라드는 공격 당시 차량에 탄 의료진 한 명과 통화 중이었다며 이스라엘군이 처음 공격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묶어서 끌고 간 뒤 다시 살해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적신월사 측은 전날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 중 하나에서 손이 묶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최소 한명은 이스라엘군이 결박한 뒤에 살해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사건 발생을 인정하면서도 무력 사용이 정당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초기 평가'에서 "헤드라이트나 어떤 비상 신호도 켜지 않은 채로 수상하게 이스라엘군 쪽으로 다가오는 차량 여러 대를 향해 군이 발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현장에 온 차량의 움직임은 이스라엘군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것이었으며 해당 지역이 "적극적인 전투 지역"이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측은 해당 지역은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다며, 차량의 움직임은 "어떤 조율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정상적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적신월사 측은 이스라엘군이 숨진 이들의 시신을 인근 모래더미에 한꺼번에 집단매장했으며, 일주일 넘게 시신을 수습해 가는 것도 막았다고 주장했다. 공격 후 8일이 지나서야 시신을 수습한 적신월사 측은 시신들이 "모래에 묻혀있고 일부는 부패 징후를 보여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무라드 국장은 수습한 시신들에 대해 부검을 할 예정이라면서 "매우 분명한 것은 이들이 상체에 총을 맞았으며, 이후 구멍 하나에 한꺼번에 쌓아진 뒤 그 위에 모래가 덮이는 식으로 매장됐다"고 주장했다.
옌스 뢰르케 OCHA 대변인은 가디언에 현재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3월 23일 처음 도착한 의료팀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고, 다른 응급구조 대원들은 연락이 끊긴 동료들을 수색하기 위해 갔다가 몇 시간에 걸쳐 한 명씩 공격당했다"면서 "그들은 분명히 구급차와 소방차, 유엔 차량이라는 표식이 있는 그들의 망가진 차량과 함께 모래 아래에 묻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