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벌써부터 "꺼져라"…尹선고날 수십만명 충돌 위기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탄핵 무효, 부정선거 규명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탄핵 무효, 부정선거 규명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1일 낮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도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 차벽을 피해 안국역 5번 출구 인근과 재동초등학교 인근으로 나뉘어 집회를 이어갔다.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가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헌법재판관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신혜연 기자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가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헌법재판관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신혜연 기자

집회 현장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영상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대형 트럭도 등장했다. 헌재 재판관들을 비판하는 피켓을 든 시위대도 눈에 띄었다. 재동초 인근에 집결한 시위대는 손에 ‘탄핵무효 공정회복, 이재명 즉시 체포,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채 “탄핵 기각, 탄핵 각하” 구호를 제창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김삼회(78)씨는 “헌재가 다수당인 야당 편만 들고, 똑바로 일을 안 한다”며 “우리라도 나와서 정직하게 판결하라고 요구해야겠단 생각에 오전 10시에 선고기일 잡혔단 소식을 듣고 바로 헌재 앞으로 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발표된 1일 오후 2시경, 경찰이 안국역 1~4번 출구를 폐쇄하고 시민들에게 5,6번 출구 이용을 안내하고 있다. 신혜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발표된 1일 오후 2시경, 경찰이 안국역 1~4번 출구를 폐쇄하고 시민들에게 5,6번 출구 이용을 안내하고 있다. 신혜연 기자

 
이날부터 단축 수업을 시작한 경운학교 앞에는 자녀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귀가하는 학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헌재 인근 재동초에 다니는 딸 2명을 둔 이모(45)씨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우절 이벤트처럼 갑자기 선고 일자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당장 일 때문에 바쁜데 3일 내내 학교가 쉰다고 해서 당황스럽다. 교육청이랑 협의해서 돌보미분을 어디로 보내준다고 하는데 챙길 자신이 없다. 집에서 돌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주변 11개교(재동초·재동초병설유치원·운현초·운현유치원·교동초·서울경운학교·덕성여중·덕성여고·중앙중·중앙고·대동세무고)는 4일 문을 닫는다.  

헌재가 이날 오전 10시 즈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일을 4일 오전 11시로 발표한 직후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로 헌재 인근 반경 100m가량을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고 ‘국민변호인단’ 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국민변호인단은 오후 6시까지 예정돼 있던 릴레이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천막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날 낮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안국역은 5, 6번을 제외한 출구를 통제했다. 주유소나 주차장 등 위험물 취급 장소도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이 중지된다. 

그간 주말마다 치러졌던 양측 집회 규모를 고려하면 수십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4일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방에서도 상경 버스를 이용해 헌재 앞으로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총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만큼, 경찰은 선고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한 상황이다. 서울에만 210개 기동대 소속 1만 4000명을 배치하고 과격 시위에 대비해 보호복을 착용한 기동대원들을 배치한다. 캡사이신 분사기와 삼단봉도 지참하게 할 예정이다. 안국역은 선고 당일 열차가 서지 않는다.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탄핵 무효, 부정선거 규명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탄핵 무효, 부정선거 규명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김창용 기자

헌재 인근에 있는 상가들도 4일 영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국숫집을 운영하는 성모(41)씨는 “직원들 안전 때문에 문을 닫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집회 소음 때문에 3개월 이상 매출 타격을 받았는데 아예 진공상태를 만든다고 하니 막막하다. 평일에는 주변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인데 4일에 일부 기업들은 출근하지 말라고 공지가 왔다고 들어서 영업을 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도 같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 영업했던 식당 주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난장판이었다고 해서, 무리하게 문을 열었다가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소탐대실 격이 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섞이면서 한때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부터 진보당 측이 재동초 인근에서 탄핵 찬성 구호를 외치자 윤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가 “진보당 해체”, “진보당 꺼져라”라고 말했다. 소동이 커지자 경찰은 차량을 동원해 시위대를 막아섰고, 오후 4시 50분에는 종로서가 1차 해산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찰은 헌재 앞 100m 인근을 진공상태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차벽을 늘리고 있다. 

본격적인 탄핵 찬성 집회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촛불행동은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오후 7시 집회 후 행진을 하고 오후 9시부터 헌재 인근에서 철야농성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