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故최종현 경영철학 담긴 13만 자료, 디지털로 복원

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現 SK이노베이션) 인수 후 첫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SK

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現 SK이노베이션) 인수 후 첫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SK

 
“상당수 사람이 ‘최근 정치 불안이 커서 경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입에 올리고 내린다지?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가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1980년대 중반 선경의 임원·부장 신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SK는 최 선대회장의 이런 경영 활동을 기록한 자료를 디지털로 복원했다고 2일 밝혔다. SK 측은 이를 ‘선경실록’이라고 이름 붙이고, 내부적으로 그룹 고유의 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와 수펙스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SK는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 발간 이후 30~40년 전 기업활동 자료를 복원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 2년 만에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 선대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원본으로 남겼다. 이는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계승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문서, 사진 등 총 13만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로, 하루 8시간을 들어도 1년 이상 걸릴 분량이다.

1996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前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SK

1996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前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SK

 
최 선대회장은 1982년 신입직원과의 대화에서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1992년 임원 간담회에서는 “연구개발(R&D)을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라며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했다. 같은 해 SKC 임원들과 회의에서는 “플로피디스크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라며 우리나라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가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나온 것”이라며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