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에 30억 빌려 47억 아파트 매수, 정부·서울시 고강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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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기자 사진 이현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지 일주일째인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 자료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지 일주일째인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 자료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30대 남성 A씨는 올해 초 서울의 47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자금조달 계획서에는 자신이 가진 현금 17억원과 아버지에게 빌린 30억원으로 매입했다고 적었다. 정부는 A씨가 아버지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았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국토교통부가 A씨 사례를 포함해 편법 증여·차입금 과다 등 위법이 의심되는 20여 건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주요 아파트 거래를 점검한 결과다. 

국토부는 서울시,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강남 3구와 마포·성동·동작·강동 등 11개 구, 35개 단지에서 현장 점검과 자금조달 기획조사를 벌였다. 이는 지난달 19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풍선 효과 등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정부는 올해 1~2월 신고분 가운데 이상 거래로 의심된 204건을 추려 당사자에게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받은 자료를 분석해 위법 정황이 드러날 경우 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필요하면 경찰 수사도 의뢰할 계획이다.

정부는 A씨 사례를 포함해 이미 20여 건 위법 의심 정황을 이미 확인했다. 부친 소유 아파트를 딸과 사위가 15억원에 매입한 뒤, 부친과 보증금 11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건이 있었다. 실제 딸이 들인 돈은 4억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특수관계인 간 보증금을 과다하게 설정하는 식으로 우회 증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조사 중이다. 


또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 단지는 얼마 이상에만 내놓자”는 집값 담합 유도, “인근 단지에서 신고가가 나왔다”는 허위 사실 유포 등 담합 정황이 포착된 아파트 단지에 대해 지자체에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시장 질서를 해치는 자금조달 위반 행위는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3~4월 거래 건도 추가 조사 예정이고, 과열이 지속될 경우 조사 대상과 기간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