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상호? 품목?…‘트럼프 관세’ 어떻든 車·반도체 수출 '악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관세’ 발표가 2일(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5시로 다가왔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대(對)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반도체 산업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한 뒤 언급한 관세는 백화점식 나열에 가깝다. 보편·상호 관세뿐 아니라 국가별(중국·캐나다·멕시코 등), 품목별(철강·알루미늄·자동차·목재 등) 관세까지 광범위하다. ‘관세 폭탄’의 실행을 앞두고 추측도 난무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주요 교역 상대국에 일률적으로 2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마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국가를 상대로 제품 전반에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관세율은 20%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거론된 관세 부과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보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다. 모든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20% 등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경쟁 수출국과 같은 조건이지만, 대미 수출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피해가 크다. 산업연구원은 보편 관세 20%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기존 대비 최대 13.1%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둘째는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다. 특정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과 같은 수준의 관세를 상대 국가 제품에 부과하는 경우다. A 국가 자동차에는 10%, B 국가 농산물에 20% 관세율을 매기는 식이다. 한국은 이론적으로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기 때문에 상호 관세와 무관하지만, 미국이 규제 등 비(非)관세장벽을 문제 삼고 있어 자유롭지 않다.

마지막으로 품목별 세율 부과다. 이 경우는 상황에 따라 영향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관세는 타격이 크다. 하지만 목재나 농산물 등은 관세를 매겨도 영향이 미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 중 미국으로 수출한 목재·목탄 및 가구부품 수출은 약 1억2000만 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어떤 경우든 한국에 달갑잖은 시나리오란 점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세계 8위를 기록한 만큼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품목별로도 트럼프가 중시하는 자동차·반도체 등이 주력 수출 품목과 겹친다. 특히 2일(현지시간)부터 25% 관세를 예고한 자동차의 경우 수출의 절반가량을 미국이 차지할 정도다. 장한익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면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대비 18.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관세뿐 아니라 보조금 축소 우려까지 이중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반도체의 지난해 대미 수출 비중은 7.5%다.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 낮다.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여러 국가를 거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경유지마다 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에 관세 10%를 매길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5.9%, 25% 부과 시 수출이 10% 안팎까지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어떤 관세 시나리오에서도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며 “4일 탄핵 심판 선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부터 걷어낸 뒤 민·관이 ‘원팀’으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