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거래 혼선과 민원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시와 국토부는 토허제 운영 지침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제작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치구마다 업무 처리 기준이 다른 부분이 있어 서울시 주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고 국토부와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 발표 예정인 가이드라인에는 기존 주택 처분 방식, 입주권 허가 여부, 실거주 개시 시점 등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할 경우 실거주 의무는 모든 지역에서 2년으로 같다. 하지만 유주택자가 집을 살 경우 기존 주택을 언제까지 처분해야 하는지는 자치구마다 기준이 다르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1년, 서초구는 6개월, 용산구는 4개월이다. 관할 지역 내 일부 동이 토허제 대상인 양천구(1년), 성동구(6개월), 영등포구(6개월) 등도 처분 기한이 제각각이다. 기존 주택의 처분 방식도 서초구, 영등포구 등은 임대까지 허용하지만, 다른 구에서는 매각만 인정한다.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거래를 허가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입주권을 산 경우 2년 이내에 철거하게되면 실거주 2년 의무를 채울 수 없다. 철거까지 이뤄진 경우는 건축물 대장상 '멸실'로 처리되어 '아파트'가 아니다. 그러나 입주권을 예외로 둘 경우 실거주 요건을 회피하려는 투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함께 법령 해석을 검토 중이다.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직전 1년(2023년 3월 23일~2024년 3월 23일) 동안 4개 구에서 거래된 입주권은 총 102건이다. 강남구 64건, 서초구 27건, 송파구 11건 순이다. 지난 2월 13일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의 토허제를 해제하기 전에도 입주권 거래가 있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 전용 111㎡ 입주권은 지난해 10월 57억3000만 원에, 같은 단지 전용 97㎡는 12월 49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토허제에서 빗겨난 거래에 관심이 쏠리며 과열 조짐도 보인다. 보류지 매입이나 경매 낙찰의 경우 토허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달 31일 송파구 잠실동 '우성' 전용 143㎡는 27명이 응찰해 감정가(25억4000만 원)보다 약 6억 원 높은 31억7640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 1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20명이 응찰해 51억2999만 9900원에 낙찰됐다. 해달 매물은 최저 입찰가 40억8000만원, 감정가 51억원에 1차 경매를 진행했으나 유찰된 이후 2차 경매로 넘어가기 전 토허구역으로 지정됐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보류지’에도 매수자가 몰릴 전망이다.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이달 중 보류지 29가구를 매각할 예정이다. 전용 59㎡ 기준 최저 입찰가가 33억 원 수준으로 논의됐으나, 조합원들 사이에서 입찰가 상향 조정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