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4.4/뉴스1
이 대표는 석달 전 제시했던 “성장과 발전의 길”을 다시 강조하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위대한 국민들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다”며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져 간 제주 4.3, 광주 5.18 영령들이, 총칼과 탱크 앞에 맞선 국민들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장병들의 용기가 오늘 이 위대한 빛의 혁명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세계 역사상 비무장 국민의 힘으로 평화롭게 무도한 권력을 제압한 예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도 했다.
대통령 궐위(闕位) 확정과 동시에 “통합”과 “안정”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되는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지금 제일 중요한 과제는 신속하게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경제나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국가적 분열이나 대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우리 민주당도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12·3 친위 군사쿠데타 계획에는 5000∼1만명의 국민을 학살하려던 계획이 들어있다”며 대결 구도를 강조했던 건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헌재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12·3 계엄 후 122일간 고대하던 최상의 시나리오다.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에 이어 ‘클린 히트’가 이뤄졌다”며 “윤석열 탄핵 기각·각하 등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아 우려했던 정치적 여진도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방송에서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대해 “그 안에 무슨 당장 선고가 아직 나올 것도 없고 (민주당) 후보가 되는 거에는 넘을 허들은 낮다”고 했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 날짜 공고에 맞춰 대표직을 내려놓고 당 경선을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7일~8일 대표직 사퇴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를 떠나며 주말 일정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할 게 좀 많다. 정리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일찍이 준비해 온 캠프 구성은 마무리 단계다. 윤호중(선대위원장), 강훈식(선대본부장), 김영진(정무 총괄) 의원 등 주요 명단이 내부적으로 확정됐다. 민주당 중앙당사와 200m 거리이자, 이른바 ‘선거 명당’으로 불려 온 국회 앞 여의도 용산빌딩 내 사무실이 베이스 캠프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동안 물밑 대선 준비를 꽤 많이 진행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