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尹 파면 29분만에 “이제 진짜 대한민국”…대선 모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4.4/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4.4/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며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 평화,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29분만이었다. 

이 대표는 석달 전 제시했던 “성장과 발전의 길”을 다시 강조하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위대한 국민들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다”며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져 간 제주 4.3, 광주 5.18 영령들이, 총칼과 탱크 앞에 맞선 국민들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장병들의 용기가 오늘 이 위대한 빛의 혁명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세계 역사상 비무장 국민의 힘으로 평화롭게 무도한 권력을 제압한 예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도 했다.

대통령 궐위(闕位) 확정과 동시에 “통합”과 “안정”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되는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지금 제일 중요한 과제는 신속하게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경제나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국가적 분열이나 대립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우리 민주당도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12·3 친위 군사쿠데타 계획에는 5000∼1만명의 국민을 학살하려던 계획이 들어있다”며 대결 구도를 강조했던 건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헌재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12·3 계엄 후 122일간 고대하던 최상의 시나리오다.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에 이어 ‘클린 히트’가 이뤄졌다”며 “윤석열 탄핵 기각·각하 등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아 우려했던 정치적 여진도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방송에서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대해 “그 안에 무슨 당장 선고가 아직 나올 것도 없고 (민주당) 후보가 되는 거에는 넘을 허들은 낮다”고 했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 날짜 공고에 맞춰 대표직을 내려놓고 당 경선을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7일~8일 대표직 사퇴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를 떠나며 주말 일정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할 게 좀 많다. 정리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일찍이 준비해 온 캠프 구성은 마무리 단계다. 윤호중(선대위원장), 강훈식(선대본부장), 김영진(정무 총괄) 의원 등 주요 명단이 내부적으로 확정됐다. 민주당 중앙당사와 200m 거리이자, 이른바 ‘선거 명당’으로 불려 온 국회 앞 여의도 용산빌딩 내 사무실이 베이스 캠프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동안 물밑 대선 준비를 꽤 많이 진행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세론’이 지배적이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김부겸 전 국무총리·김동연 경기지사·박용진 전 의원 등 비이재명계 잠룡들도 경선 출마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파면은 끝이 아니라 국가 대개조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며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의 대개조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김 전 총리도 “이제 분열의 시간을 극복하고 통합의 마당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제는 광장의 분열과 적대를 끝내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경제대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브리핑했다. 박 전 의원은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더 이상 분열과 증오와 대립이 아닌 연대와 화합과 단결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