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도심 한복판에 변신로봇같은 지하 소방함 ‘심는다’

서울 한복판에 '지하소화장치'가 설치된다.  
서울 중구가 전통시장 내 화재 대응 강화를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관내 19개 시장, 30개소에 ‘지하매립식 비상소화장치함(이하 지하소화장치)’를 설치한다고 8일 밝혔다.

지하소화장치는 평소에는 땅속에 묻혀있어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지만, 위급 상황 시 손쉽게 개방해 소방호스와 방화도구 등을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위급 시 뚜껑만 열면 소방호스와 방화도구가 등장하는 ‘지하 소방서’인 셈이다. 중구 측은 “현장 대응이 늦어지기 쉬운 전통시장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재난 대응 장치”라고 소개했다. 지하소화장치는 가로, 세로 각 1m, 호스 길이는 최대 50m로 설치된다.

서울 남대문시장에 설치된 지하매립식 비상소화장치함의 모습. 서울 중구는 올해 이런 지하소방장치 설치 장소를 30곳 더 늘릴 계획이다. 사진 서울 중구

서울 남대문시장에 설치된 지하매립식 비상소화장치함의 모습. 서울 중구는 올해 이런 지하소방장치 설치 장소를 30곳 더 늘릴 계획이다. 사진 서울 중구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중구는 예로부터 남대문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실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시장 갯수가 가장 많다. 중구에는 현재 전통시장, 골목형상점가, 지하도 상점가 등 총 49개의 시장이 있다.  서울시 전체 시장(418개)의 1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인접 종로구(29개)보다 20개나 더 많다.  

지난해까지 5개소, 올해 30개소 신규 설치 

하지만 노후된 전통시장은 화재 취약지대 일 수 밖에 없다. 좁은 골목에 더해 점포가 밀집해 있어 소방차 접근이 어려워, 화재 발생시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가 크다. 이에 중구는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지하소화장치’를 대안을 내놓은 셈이다. 중구는 지난 2021년 2개소에 지하소화장치를 시범설치하는 등 지난해까지 총 5개소에 도입했다. 시범 운용 등을 통해 지하소화장치의 효용성을 재확인한 뒤 올해 이를 대거 늘리는 셈이다. 추가 설치에 드는 예산 7억6000만원(서울시 보조금 등 1억6000만원, 행안부 특별교부세 6억원)은 전액 외부에서 확보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청이 관내 시장상인 등을 대상으로 연 '지하소화장치 설치 사업 설명회'의 모습. 중구는 지하소화장치 설치가 완료되는대로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화재 초기 대응법 등 실전 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사진 중구

지난 4일 서울 중구청이 관내 시장상인 등을 대상으로 연 '지하소화장치 설치 사업 설명회'의 모습. 중구는 지하소화장치 설치가 완료되는대로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화재 초기 대응법 등 실전 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사진 중구

 
중구는 지난 4일 시장상인 등을 대상으로 ‘지하소화장치 설치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행사에선 사업 개요와 추진 배경 설명, 사용법 안내, 화재예방 교육 등이 진행됐다. 지하소화장치 설치가 완료되면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화재 초기 대응법 등 실전 훈련도 할 계획이다. 관리권한은 설치 이후 중부소방서로 이관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6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구는 그 시간만큼 삶의 터전도 오래됐고, 시장도 노후돼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라며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전통시장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