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만에 연극 무대 선 이영애, "드라마, 영화의 이영애와 다를 것"

“영화에서, 드라마에서의 이영애와 연극의 이영애는 분명 다를 겁니다.”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이영애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연출 전인철)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고전 명작인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심도 깊게 탐구한 작품이다. 뉴스1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 이영애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연출 전인철)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고전 명작인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심도 깊게 탐구한 작품이다. 뉴스1

 
배우 이영애(54)가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 ‘헤다 가블러’를 통해서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8일 열린 ‘헤다 가블러 제작 발표회에 참여한 이영애는 “힘든 면도 있지만 몇 배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며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993년 드라마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로 데뷔한 이영애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봄날은 간다’(2001), ‘친절한 금자씨’(2005)와 드라마 ‘대장금’(2003) 등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올라섰다. 그가 연극에 출연한 것은 32년 전인 1993년 ‘짜장면’이 마지막, 나이도 입지도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을 때였다.  

이영애는 “20대 중반이던 당시에 연극에 대한 로망이 있어 작품에 출연했는데, 지하철 역에서 전단지도 나눠주고 포스터도 붙였다”며 “당시의 모든 과정이 좋은 감정으로 남았고 ‘헤다 가블러’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좀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었다”면서 “이번 작품은 대사가 많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캐릭터를 연구하면 할수록, 대본을 세 번 읽고 열 번 읽을 때마다 ‘내가 몰랐던 걸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희열감도 느낀다”고 했다. 


‘헤다 가블러’는 19세기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주인공 헤다는 아름답고 지적이지만 냉소적이며 파괴적이기도 한 복합적인 캐릭터.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동안 아네트 베닝, 이자벨 위페르,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 여배우들이 헤다를 연기했다.

이영애는 헤다를 ‘정답이 없는 여자’라고 표현하면서도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헤다는 하나의 색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라며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새로운 헤다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헤다 가블러' 제작진과 배우들이 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참석했다. (왼쪽부터) 전인철 연출, 배우 김정호, 이영애, 백지원, 주현준. 뉴스1

'헤다 가블러' 제작진과 배우들이 8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참석했다. (왼쪽부터) 전인철 연출, 배우 김정호, 이영애, 백지원, 주현준. 뉴스1

그는 또 “현시점의 이영애가 헤다를 연기할 적기”고 말했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육아를 하고, 또 아이가 벌써 사춘기에 들어서게 되면서 다양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20~30대에 이 역을 만났다면 이렇게 공감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헤다는 ‘여성 햄릿’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을 맡았던 이승주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한다는 부분에서 맞닿아있어 헤다를 ‘여자 햄릿’으로 부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승주는 ‘헤다 가블러’에선 헤다의 옛 연인 ‘에일레트’를 연기한다.

연극 '헤다 가블러' 포스터. 이영애는 '헤다'를 두고 '정답이 없는 여자'라고 했다. 사진 LG아트센터

연극 '헤다 가블러' 포스터. 이영애는 '헤다'를 두고 '정답이 없는 여자'라고 했다. 사진 LG아트센터

 
제작진은 19세기가 배경인 이 작품이 현대 관객에게도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연극은 시대를 얘기해야 하고 현재 삶을 얘기해야 한다”라며 “‘헤다 가블러’는 동시대적 감각으로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인철 연출은 “고전 작품이긴 하지만 관객이 수용하기 쉽게 연극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입센의 대사를 현재의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우선순위로 했다”고 설명했다.

헤다의 남편으로 학문적 성취 이외에는 다른 관심이 없는 ‘테스만’은 김정호가, 헤다에게 끈임없는 심리적 압박을 주는 판사 ‘브라크’는 지현준이 연기한다.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테아’역은 백지원이 맡았다. 백지원은 최근 큰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에 해녀로 출연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매체에서 알려진 배우가 연극에 나오면, 평소 연극을 잘 안 보는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개관 25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헤다 가블러’는 다음달 7일부터 6월 8일까지 공연된다. 다음 달 8일에는 국립극단이 이혜영 주연의 동명 작품을 명동예술극장에 올린다. 자연히 두 스타 배우의 ‘연기 대결’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영애는 “헤다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이혜영 선배님의 헤다를 통해서였다”라며 “(동시 출연에 대해) 처음에는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혜영 선배님의 헤다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고, 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며 “두 작품이 다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인철 연출은 국립극단의 ‘헤다 가블러’와의 차별점에 대해 “LG아트센터라는 대극장에 맞는 표현과 영상을 활용해 더 스펙터클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