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북쪽 오발 사고…軍 "화기 점검 중 실탄 걸러내지 못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감시초소(GP)에서 오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장전된 실탄을 파악하지 못한 채 화기점검을 벌이다 북쪽을 향해 격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오발 이후 현재까지 북한군 동향에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원 철원 화살머리 고지 GP에서 휘날리고 있는 태극기와 유엔기. 뉴스1

강원 철원 화살머리 고지 GP에서 휘날리고 있는 태극기와 유엔기. 뉴스1

2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6시쯤 강원 철원군 한 부대 GP에서 K6 기관총 실탄 1발이 발사됐다. 경계근무에 투입된 한 장병이 화기점검을 벌이다 발생한 사고였다. 발사된 실탄은 방호문을 뚫으면서 속도가 줄어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한다.

화기점검은 통상 탄알집 제거, 노리쇠 후퇴·고정, 약실 확인, 노리쇠 전진, 격발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GP 내 K6의 경우 북쪽을 향해 거치돼있는 기관총 특성상 이번과 같은 격발 상황을 대비해 방호문을 닫은 채 화기점검이 진행된다. 해당 절차를 밟다가 점검 마지막 과정에서 오발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군 당국은 총기 내 실탄이 화기점검 중 걸러지지 않았던 데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탄알집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거나 약실 확인에 미흡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사고로 인한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사고 직후 북한 측에 오발에 대한 안내방송을 했다”며 “현재까지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 결과 평상시와 다른 점은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북한의 특이동향도 없어 이번 사고를 별도로 공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 안팎에선 DMZ 내 오발 사고가 남북 간 우발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방 교육은 물론 사후 상황 관리를 놓고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장 최근 알려진 한국군의 GP 오발 사례는 2023년 1월 K6 실탄 4발이 훈련 중 발사된 사고였다. 앞서 2017년 11월과 2016년 4월에도 각각 훈련 중 4발, 화기점검 중 2발이 발사되기도 했다. 이들 사고 모두 군 당국이 즉시 오발이라는 안내 방송을 해 추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2024년 6월 26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육군 제7포병여단에서 열린 6·25참전용사 초청행사에서 K9A1 자주포에 탑승한 군 장병이 K6 기관총으로 조준하고 있다. 뉴스1

2024년 6월 26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육군 제7포병여단에서 열린 6·25참전용사 초청행사에서 K9A1 자주포에 탑승한 군 장병이 K6 기관총으로 조준하고 있다. 뉴스1

반면 2020년 5월 북한군이 14.5㎜ 고사포 실탄 4발을 한국 GP에 탄착시켰을 땐 군은 10여발씩 2회에 걸쳐 경고사격에 나섰다. 북한군의 발사가 오발인지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전수칙대로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후 북한이 우발적인 실수를 범했다고 당시 상황을 평가하면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을 보냈지만, 북한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