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먹는 치킨∙피자 열풍…'10만원 호텔빙수' 1인용 얼마?

8일 서울 종로에 있는 피자집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1인용 피자를 먹고있다. 김경미 기자

8일 서울 종로에 있는 피자집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1인용 피자를 먹고있다. 김경미 기자

 
지난 8일 서울 종로에 있는 ‘고피자’ 매장. 점심 시간을 맞아 삼삼오오 모여든 인근 직장인들로 가게가 분주했다. 이 곳에서는 가로 30cm, 세로 15cm 크기의 1인용 피자를 한 판에 1만 원대에 판매한다. 회사 동료와 함께 매장을 찾은 이채은(29)씨는 “보통 피자는 여럿이 함께 모여야 시킬 수 있는 메뉴지만, 1인용 피자는 혼자서도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며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외식업계가 ‘미니’ 사이즈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격을 못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인 ‘다운사이징’ 제품을 선보여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소비 긴축에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맞물리며 배달 음식부터 식당까지 소용량 메뉴 출시에 불이 붙었다.

나혼자 먹는 치킨·피자

교촌치킨은 지난 2월 1인 가구를 겨냥한 ‘싱글시리즈’ 2종을 출시했다. 왼쪽부터 교촌싱글윙과 레드싱글윙. 사진 교촌에프앤비

교촌치킨은 지난 2월 1인 가구를 겨냥한 ‘싱글시리즈’ 2종을 출시했다. 왼쪽부터 교촌싱글윙과 레드싱글윙. 사진 교촌에프앤비

 
지난 2월 교촌치킨은 1인 가구와 혼밥족을 겨냥한 신메뉴 ‘싱글시리즈’를 출시했다. 간장양념 또는 매운양념의 닭날개 6조각에 7900원이다. 이 회사가 소용량 치킨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혼자서도 부담없이 치킨을 즐길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가벼운 한끼 식사나 야식으로 즐기기 적합해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판에 2만~3만원에 판매하던 피자 프랜차이즈도 1만원 미만 소형 사이즈 출시에 한창이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4일부터 서울 잠실본점 등 3개 매장에서 1인용 피자 ‘썹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손에 들어오는 길쭉한 모양의 피자 4종으로 가격은 7900원이다. 피자헛과 파파존스도 인기 메뉴를 1만원 미만 미니 사이즈로 판매하고 있다. 1인용 피자를 표방하며 등장한 고피자는 최근 편의점 GS25에 입점하기 시작했는데 입점 편의점 수가 1500개까지 늘어났다.

호텔 빙수도 미니 사이즈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1인용 빙수. 사진 파르나스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1인용 빙수. 사진 파르나스호텔

 
‘스몰 럭셔리’의 상징인 호텔 빙수에도 미니 제품이 등장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라나스는 지난해 4만2000원짜리 1인용 망고 빙수와 3만5000원짜리 밤양갱·토마토 빙수를 선보였다. 1인용 빙수는 팬데믹 기간 일시적으로 선보였던 상품이지만 고객 요청이 많아 정식 출시를 결정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다른 호텔에서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는 빙수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1인 가구 영향

불황에 인구 구조 변화까지 맞물려 외식업계의 미니 열풍은 장기화될 전망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29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외식 물가 역시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소비가 확산하는 배경이다.

국내 1인 가구 비율 역시 지난 2019년 30%를 처음 넘은 이후 2023년 기준 35 5%를 기록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다. 대용량 구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가 늘고 있는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1인 가구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가격과 용량을 함께 낮춘 미니 제품 출시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