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미는 의원에 반박도 했었다…오세훈 불출마 결심 내막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요일이던 12일 6·3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3일에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 게 9일이었으니 사흘 만의 전격적인 회군이다. ‘한덕수 차출론’으로 쏠리는 당 분위기에 대한 경고와 횡보하는 지지율을 고려한 전략적 후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의 보수정치는 국민께 짐이자 근심거리”라며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수 쇄신을 불출마 사유로 내세웠지만, 질의응답에선 ‘한덕수 출마론’에 대해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오 시장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일주일간 당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며 “대통령 하겠다는 분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중요하다. 총리께서 스스로의 결단과 의지로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한 대행 출마론은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결심한 여러 요인 중 마지막 ‘트리거’가 됐다고 한다.

오 시장은 11일 오후만 하더라도 13일로 예정된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정작 다수 의원은 “한 대행까지 포함해 대선판을 키워봐야 한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날 오후 6시쯤에는 성일종·박수영 의원 등 50명이 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대행 대선 출마 촉구 기자 회견을 열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회견 날짜는 오 시장이 출마 선언을 예고한 13일이었다. 오 시장은 당 지도부와 한 대행 출마 촉구를 주도하는 의원들에게 “이러면 당내 주자들이 뭐가 되느냐”는 취지로 비판적인 의견도 전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13일 “당에선 ‘이미 내부 조사에서도 한 대행이 앞서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그즈음 오 시장 일부 측근들은 총리실 관계자들을 만나 한 대행 거취를 물어보며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 시장은 11일 저녁 늦게 최측근 참모들에게 불출마 뜻을 전했다. 결심 전 별도 회의는 없었고, 퇴근 후 1시간 넘게 혼자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오 시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당 후보들을 들러리 세우는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를 번복한 뒤 도드라진 지지율 하락세도 불출마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갤럽의 지난 8~1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의 지지율은 한 대행과 같은 2%였다. 지난달 19일 토허제 해제를 철회하기 전 한국갤럽 여론조사(3월2주차)에서 오 시장의 지지율은 4%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연루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도 부담스러운 지점으로 꼽힌다. 검찰은 여론조사 비용을 댄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 씨와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 오 시장을 위해 명씨가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의 비용 3000여만원을 대신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명태균 리스크에 지지율도 정체된 상황에서 오히려 ‘한덕수 출마론’이 울고 싶은 오 시장의 뺨을 때려줬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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