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서울·부산 땅 꺼졌다…"GPR은 한계, 지하수 추적하라"

13일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에서 직경 40㎝, 깊이 1.3m의 싱크홀(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하수도관 파열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한 서울시는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 싱크홀 밑 부분을 팠다. 이찬규 기자

13일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에서 직경 40㎝, 깊이 1.3m의 싱크홀(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하수도관 파열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한 서울시는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 싱크홀 밑 부분을 팠다. 이찬규 기자

 
전국 곳곳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예방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대책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도 뒤따른다. 지질 및 지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땅꺼짐(싱크홀) 위험 지도’가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된다.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2번 출구 인근에선 직경 40㎝, 깊이 1.3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같은날 오전 부산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서도 약 가로 5m·세로 3m·깊이 4.5m의 대형 싱크홀이 생겨났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가로 18m·세로 20m·깊이 11m 규모의 싱크홀 현상으로 1명이 숨지면서 시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 광명 신안산선 공사장 지하 붕괴 사고로 1명이 매몰돼 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 크기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뉴시스

13일 오전 부산 사상구 학장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 크기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뉴시스

  
이에 서울시는 “대규모 지하굴착 공사장 지반침하 안전관리 강화 특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GPR 탐사를 집중 실시해서 지반침하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게 골자다. GPR 탐사란 전자파를 땅속으로 보내 반사되는 신호를 통해서 지하 공동(空洞) 등 지층을 감지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러나 GPR 탐사는 싱크홀의 전조 증상을 확인하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GPR 탐사를 통해선 지표면으로부터 2m가량 거리까지의 지반만을 탐지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도로에선 깊이 2.5m의 싱크홀이 생겼지만, 3개월 앞선 지난해 5월 이뤄진 GPR 탐사에선 공동 등의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GPR 장비는 주파수의 한계로 인해 전자파가 지표면의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며 “싱크홀 현상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선 지하수 흐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적어도 (지표면으로부터) 5m 거리의 지층까지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터널 등 지하공사로 인한 대형 싱크홀 현상엔 GPR 탐사가 무용지물일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정밀하고 주기적인 지질 조사를 통해 땅속 지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수곤 전 교수는 “지질 조사가 없는 땅속 지도는 무의미하다”며 “어느 지질, 어느 단층에서 싱크홀 현상이 비롯하는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공사가 이뤄지더라도 주기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지반침하 1337건 중 56.3%(753건)가 상·하수관 파손 및 공사 부실이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2014년 서울 송파구 싱크홀 사고 조사단장을 맡았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 현상을 단순 상·하수관 파손이나 공사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지층 분석 및 공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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