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개미 목소리 커진다…공시 요구, 중기 대표 재선임 부결도 [K주총의 그늘]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이마트 주주총회에서 윤태준 액트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이마트 주주총회에서 윤태준 액트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올해 주주총회 특징 중 하나는 ‘개미’(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온라인 플랫폼 발달 영향이다. 지난해 상장사 전체 주주제안 중 소액주주 비중은 50.7%로, 2015년 27.1%에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늘어나는 소액주주 행동이 ‘조용한 주총’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이마트 주주총회엔 주주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마트는 국내 상장 대기업 중 처음으로 소액주주 연합의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했다. ‘밸류업 계획 재공시 및 이행 현황 분기별 공시’를 요구하는 안건이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총에서 의결돼도 효력이 곧바로 발생하지 않고 경영진이 따라야할 의무도 없어 주총 상정 대상인지 논란이 있다. 

이날 안건은 찬성표 25%에 그쳐 부결됐지만, 업계에선 주주들의 제안을 주총에 반영한 이마트가 주주와 소통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평가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이날 모든 주주의 질문 또는 의견에 상세하게 답했다. 보통 30분 만에 끝나던 주총이 올해는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3년째 이마트 주총에 왔다는 60대 김모씨는 “올해는 주주 제안자들도 주총에 참석하니, 경영진이 긴장한 게 느껴졌다”라며 “소액주주들의 행동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지만, 언젠가 울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중소기업에선 이미 ‘소액주주의 반란’이 잇따라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 주총에서 창업주 김정근 대표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자회사(제노스코) 중복 상장 논란에 뿔난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엔 코스닥 상장사 아미코젠의 임시주총에선 소액주주가 결집해 창업주 신용철 회장을 사내이사에서 해임했다. 두 회사 모두 최대주주의 지분이 12%대로 낮은 편이었다.

액트·헤이홀더 등 소액주주 결집 플랫폼을 중심으로 주주 제안의 요건과 자료 증빙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는 주주제안을 하려면 지분 3%를 보유해야 한다. 6개월 이상 보유한 경우 1% 이상으로도 가능하며,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인 회사는 0.5%로도 된다. 대신 보유 주식 수와 기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회사에 제출해야 하기에,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전자 시스템 등을 갖춰 증빙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소액주주의 요구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단기적 이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인수합병(M&A)과 시설투자 등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