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지문으로 대출…'김천 오피스텔 살인' 양정렬 무기징역

김천 오피스텔 살인사건 피고인 양정렬. 사진 대구지검 김천지청

김천 오피스텔 살인사건 피고인 양정렬. 사진 대구지검 김천지청

처음 본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의 지문을 이용해 대출까지 받은 ‘김천 오피스텔 살인 사건’의 피고인 양정렬(32)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1부(한동석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앞서 지난달 4일 검찰은 양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일면식 없는 30대 흉기 살해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 11월 12일 경북 김천시 한 오피스텔에서 흉기를 10여 차례 휘둘러 일면식이 없는 30대 남성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오피스텔 경비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카드키를 점검해주겠다고 속여 A씨에게 주거지 현관문을 열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전 양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는 등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살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돈을 빼앗기로 마음먹었다. 양씨는 범행 도구를 검색하고 시신 유기에 필요한 물품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등 살인 계획을 짰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김천시 대구지법 김천지원 전경. 김정석 기자

경북 김천시 대구지법 김천지원 전경. 김정석 기자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친 양씨는 A씨의 신분증과 현금카드를 이용해 병원 치료를 받았고 편의점과 택시, 숙박업소 등에서 수백만원을 결제했다. 현금 카드의 잔액이 바닥나자 A씨의 지문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6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피해자 휴대전화로 대출받아

또 A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로 그의 부모에게 ‘집에 없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 행세를 하기도 했다.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까 봐 시신을 유기하려고 한 정황도 확인됐다.  

양씨는 1주일간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11월 모텔 주차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이 양정렬에 대해 심리 분석을 진행한 결과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고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가치인데 피고인은 살인을 통해 사람의 생명과 인생을 빼앗았다”며 “피해자가 사망한 뒤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지갑과 휴대전화를 훔치고 대출을 받는 등 잔인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청년이 자신의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했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를 끼쳤다”며 “피고인을 평생 사회와 격리해 수감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범행을 뉘우치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